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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30. 2021

사실은 더 많지만

2021년엔 보고 읽은 책과 드라마, 영화들

인스타그램 피드를 더듬으며   동안 읽고 보았던 책과 영화, 연극 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본다. 평소처럼 갱지 노트에 제목을 나열하는데  페이지를 넘어  페이지를  채웠다. , 이런 책을 읽었구나.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았네. 그래, 연극은 이게 좋았지.

맨 처음 드는 생각은 기록의 중요성이다. 이러이러한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거나 뿌듯해하기 위해 하는 기록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력이 그 책을 만났을 당시의 기분이나 다 읽었을 때의 기쁨 등을 간직하지 못하므로 나중에 되새기기 위해 기록이 필요하다(내년부터는 아내처럼 해시태그로 분류를 해야겠다). 책 제목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이보다 훨씬 많은 책들을(특히 시집은 거의 다 빠져 있다) 구입하거나 읽었으면서 '귀찮아서' 또는 '나중에 제대로 써야지' 하는 생각에, '펜이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누락했음을 상기했다. 그 와중에도 기록으로 남긴 책들에 대한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은 즐거웠다.


글은 퇴고를 하는 순간부터 진짜 글이 되는 것처럼 독서는 다시 기억하고 소환함으로써 비로소 내 정신의 살과 뼈가 된다. 영화나 연극도 만찬가지다. 작년에는 첫 책의 북토크나 강연, 그리고 그로 촉발된 글쓰기 강연 등으로 바빴고 신경을 많이 빼앗긴 해였다. 두 번째 책도 나왔다. 세 번째 네 번째 책은 이미 요청을 받았고 기획 단계인데 정작 시작을 못하고 있다. 마음을 다잡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쓰려는 열망과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손만 있으면 쓸 수 있다. 머리나 공간보다 필요한 건 이것들이란 걸 경험을 통해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또 하나 깨달은 건 '읽어야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읽으면서 써야 한다. 엄청난 내공과 독서력을 가진 몇몇 천상의 작가들을 제외한다면 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진리일 것이다.


2021년엔 보고 읽은 책과 드라마, 영화들은 간단하게나마 따로 정리를 해서 리뷰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오늘은 아리랑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고 싶고(방금 조예은의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었다) 내일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다섯 시간짜리 영화 《해피 아워》를 예약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12 31일이다. 해가 넘어가면 의욕 상실이다. 아시다시피 1 1일부터 지난해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인간은 없지 않은가. 그건  이상한 일이다.  내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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