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24시』 간단 리뷰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는 책이었다. 김초엽부터 장강명 김금희 박상영 등등 캐스팅이 너무 빵빵한 단편집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살펴보니 'NC FICTION PLAY'의 일환으로 자이언트북스와 엔씨소프트가 함께 기획했단다. 역시 돈 많은 집은 뭔가 달라, 라고 생각하며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명성에 걸맞게 재밌는 작품들이 많았다. 김초엽은 스타일리시한 단편은 넷플릭스의 《웨스트 월드》를 보는 것 같았고 배명훈, 장강명의 소설도 재밌었다. 편혜영은 이제 어떤 소설을 써도 잘 쓸 수밖에 없는 내공을 뽐냈고 김금희도 너무 웃기는 작가임이 밝혀졌다. 김금희와 박상영은 특히 문장이 너무 쫄깃쫄깃하다. 상대적으로 김중혁의 작품이 제일 밋밋하고 재미없었다. 여기서 잠깐, 박상영의 쫄깃한 문장을 문단째 소개하고 싶다.
*입술이 보라색인 데다 무능력하고 냄새나고 성격도 별로인 선배 기자가 하는 잔소리를 들으며 주인공 평화 씨가 괴로워하는 걸 묘사한 대목 :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긴 해?"
보라는 언제나 질문하는 조로 말을 했다. 물론 대답을 바라는 문장은 아니다. 보라는 뒤이어 매사에 건성건성인 내 태도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오 년 동안 매주 반복되는 패턴에 하품이 날 지경이었다. 난 그가 뿜어 대는 분노를 태풍이나 장마 혹은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로 이해했다. 예측할 수 있고, 그것에 맞게 대응할 수도 있지만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일단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동안 계속 겪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