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Jan 01. 2022

이렇게 캐스팅이 빵빵한 소설집이라니

『놀이터는 24시』 간단 리뷰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는 책이었다. 김초엽부터 장강명 김금희 박상영 등등 캐스팅이 너무 빵빵한 단편집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살펴보니 'NC FICTION PLAY'의 일환으로 자이언트북스와 엔씨소프트가 함께 기획했단다. 역시 돈 많은 집은 뭔가 달라, 라고 생각하며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명성에 걸맞게 재밌는 작품들이 많았다. 김초엽은 스타일리시한 단편은 넷플릭스의 《웨스트 월드》를 보는 것 같았고 배명훈, 장강명의 소설도 재밌었다. 편혜영은 이제 어떤 소설을 써도 잘 쓸 수밖에 없는 내공을 뽐냈고 김금희도 너무 웃기는 작가임이 밝혀졌다. 김금희와 박상영은 특히 문장이 너무 쫄깃쫄깃하다. 상대적으로 김중혁의 작품이 제일 밋밋하고 재미없었다. 여기서 잠깐, 박상영의 쫄깃한 문장을 문단째 소개하고 싶다.


*입술이 보라색인 데다 무능력하고 냄새나고 성격도 별로인 선배 기자가 하는 잔소리를 들으며 주인공 평화 씨가 괴로워하는 걸 묘사한 대목 :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긴 해?"


보라는 언제나 질문하는 조로 말을 했다. 물론 대답을 바라는 문장은 아니다. 보라는 뒤이어 매사에 건성건성인 내 태도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오 년 동안 매주 반복되는 패턴에 하품이 날 지경이었다. 난 그가 뿜어 대는 분노를 태풍이나 장마 혹은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로 이해했다. 예측할 수 있고, 그것에 맞게 대응할 수도 있지만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일단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동안 계속 겪어 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실은 더 많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