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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03. 2022

작가가 되기 전에 해야 할 일들

정지우의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다 보면 '3개월 만에 작가로 데뷔하는 법' 같은 광고 포스팅을 만날 수 있다. 이미 책을 수십 권 낸 베스트셀러 작가가 지도해주는 글쓰기반에 들어가 글을 쓰면 금세 30편 정도 글이 모이고 그러면 바로 첫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속성 과외를 해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서 작가가 된 사람이 다음 책을 낼 수 있을까. 이건 마치 장강명 작가가 『책 한 번 써봅시다』에서 예로 든 '슈팅 연습을 많이 하면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거짓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작가는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되려면 먼저 좋은 글을 자주,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알 수 있게 된다(이건 사이먼 사이넥의 마케팅 이론 'Why-How-What'과도 통한다). 그다음에 써야 한다. 그리고 쓰면서 또 읽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쓰는데 왜 잘 안 되는지, 다른 놈들은 어떻게 쓰길래 글을 잘 쓰는지 등등을 고민하면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과정에 딱 들어맞는 작가가 바로 정지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는 일단 그의 글이 '너무 반듯하고 착하기 때문'이다. 정지우 작가는 튀거나 공격적인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가볍고 쉬운 글쓰기를 지향하는 반면 그는 늘 차분하고 사려 깊으며 선량하다. 심지어 매번 쓰는  글을 길이도 거의 일정하다. 이건 학생 때부터 오래도록 자신을 갈고닦아 온 글쓰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공력의 단계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글쓰기 책을 냈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라는 제목인데 예상대로 글쓰기에 대한 특별한 비법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어쩌면 너무 뻔한 얘기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글을 왜 쓰는지 한마디로 설명할 순 없고 다만 그저 숨 쉬듯이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묘하게 설득력 있다.


군 훈련소에서도 몇 권의 수첩을 꽉 채울 정도의 글을 쓰고 강의실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서도 늘 자신만의 글을 썼던 그는 단지 '더 잘 쓰기 위해서' 혹은 '글감을 메모해 두기 위해서' 같은 목적으로 글을 쓴 게 아니었다. 오히려 목적 없이 써내려갔던 날이 더 많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늘 독자에게 뭔가를 주고자 한다. 소설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독자에게 무언가 억지로 '주려고' 하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는 불문율을 알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려 노력한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깨달았던 것, 자신이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이유 들을 나누려 하는 것이다.


그는 평생 글을 써왔지만 하루 종일 글만 쓰며 세상과 담쌓고 사는 백면서생은 아니다. 얼마 전엔 독자들 몰래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었고 이젠 법무부에 다니며 어린 아들을 아내와 함께 키우는 바쁜 생활 와중에도 꼬박꼬박 글을 쓴다. 심지어 얼마 전엔 소설 공모전에 당선도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영상의 시대라 하고 현대사회가  '동물화' 된다고  정도로 감각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 인간의 감각을 깨우고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것은 4D 아니라 글임을 믿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누구든  책을 읽으면 작가가   있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도 오래도록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글을 써야 하는지, 글을 쓰는 삶이 어떻게 좋은지에 대해서  책은 알려준다. 그것만 해도 당신은 이미 50% 작가다. 이제 쓰면 된다. 꾸준히, 의심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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