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Dec 31. 2021

모든 이야기를 두 시간 안에 끝낼 필요는 없지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피 아워》

모든 것이 짧아지고 간편해지다 못해 하고 싶은 얘기를 밈으로 만들어 전달하는  시대에 5시간 17분짜리 영화를 만들다니. 혹시 감독이 예술적 욕심이 너무 크거나 방대한 내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이렇게 길어진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는  《해피 아워》는 《드라이브 마이 카》로 지금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2016년작이기 때문이다.  

인터미션 10분을 포함해 정확히 3시간 27분이 지나면 극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깨닫게 된다. 길게 만든 이유가 다 있었구나. 그리고 길지만 버릴 데 가 하나도 없다는 데 신기함을 느낄 것이다. 더구나 어설프게 강요하거나 빤한 설정 없이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유자재로 침착하게 풀어놓는다. 이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영화이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삶의 정당성과 가변성까지 자연스럽게 다루는 철학적 드라마다.

예전에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매그놀리아》를 내놓으면서 “ 영화라는 장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주면 어떨까?”아는 얘기를   기억나는데 오늘 비로소  의미를 체득한 기분이다. 관객들을 쉽게 불러 모으기 힘든 러닝 타임이라는  뻔히 알면서도 이런 길을 선택하는 감독의 용기와 뚝심이 믿음직스럽다. 섣불리 권하기 힘든  알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들에겐   보라고 할 생각이다. 아내는 올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알게   가장  수확이라고 할 정도다. 확실히 좋은 영화는 삶을 행복하게  준다.


작가의 이전글 터닝 포인트의 순간을 목격하는 짜릿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