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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15. 2022

제대로 만든 연극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극 《그때도 오늘》 리뷰


'1920년대 경성, 주재소'라는 자막이 뜨고 벽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묶여 있는 두 남자를 보는 순간, 나는 이미 이 연극에 매료되고 말았다. 독립운동을 돕다가 각각 잡혀 들어온 두 학생은 선후배 사이임이 곧 밝혀지는데 고문과 구타를 당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암울한 상황일수록 농담이 필요하다는 듯 두 사내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에 대한 논쟁을 시작으로 여자 얘기, 끝말잇기 놀이 등을 한다. 평안도와 충청도 사투리로 티카티카하는 두 배우의 대사를 드고 있다 보면 연기의 탁월함은 물론 극본도 참 잘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이희준과 오의식 배우 캐스팅으로 보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맞춰 예매를 했는데,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각본을 쓴 오인하 작가는 오의식 배우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싶다.

 연극은 1920년대, 제주 4.3, 1980년대, 그리고 2020년대 전방을 무대로   바뀌는 이인극이다.  가지 시추에이션을 모두 보고 나면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고생도 많고 사연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연극의 제목인 '그때도 오늘' 1920년대나 80년대나 지금이나 모두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지은  같다. 나는 특히 20년대와 80년대 마지막 처리가 좋았고 전편에 흐르는 유재하의 노래들도 묘하게 설득력 있었다. 4.3  오의식의 제주도 사투리와 80년대 이희준의 경상도 사투리의 매력도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연극을  보시라는 얘기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주 제대로 만든 연극을 봤다는 생각이  테니까.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에서 2 20일까지 상연한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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