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Jan 09. 2022

완성도 높은 번역극의 짜릿함

연극 《마우스피스》

화제의 연극 《마우스피스》를 보았다. 슬럼프에 빠진 영국의 극작가 리비가 그림에 소질이 있는 소년 데클란을 우연히 만나 그의 이야기로 희곡을 쓰는 내용이다.  데비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물론 충동적으로 그녀와 성관계까지 맺을 뻔했던 데클란은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리비에게 들려주지만 막상 완성된 극본을 보고 분노한다. 관객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매끈하게 각색된 이야기와 자신의 실제 삶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간극 때문이다.

나는 김신록 이휘종 커플 캐스팅으로 보았는데 둘 다 멋졌다. 최근 영화 《지옥》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신록은 신경질적인 지식인 리비 역에 잘 어울렸고 이휘종은 거칠고 콤플렉스 심한 열아홉 살 데클란 역을 맡기에 무리가 없었다. 유머 코드가 전혀 없는 팽팽한 현대극을 이토록 잘 이끌어 간 것은 원작이나 연출의 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열연한 두 배우의 공이 크다. 때로 '이야기'는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관객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이야기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는 듯 극장에 온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짜릿했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1월 30일까지 상연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이 슬퍼서 소주 마신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