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방법론 : how 2 write
책을 쓰려고 청주에 원룸을 얻어 내려왔다. 혼자 점심을 먹고 뒷산을 산책하다가 두 갈래 세 갈래로 뻗은 산길을 보며 생각했다. 저 길은 언제 생긴 것일까. 맨 처음 저 길을 밟고 지나갔던 사람은 이 길이 이렇게 오래 남아 있을지 짐작이나 했을까.
그러다가 디즈니랜드를 설계한 그로피우스의 일화가 생각났다. 바우하우스를 창시한 위대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는 2년 간의 시공을 거쳐 디즈니랜드를 만들었는데 다른 구조물들은 이미 다 지어놓고도 정작 공원 안의 길을 어떻게 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로 출장을 가게 된 그는 포도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교외에 들렀다가 유독 한 포도농장에만 사람들이 붐비는 걸 목격하게 되었다. 그곳은 길가에 포도를 내놓고 파는 게 아니라 농장 입구에 놓인 함에 8프랑만 넣고 나면 포도밭에 들어가 얼마든지 포도를 따갈 수 있는 곳이었다.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이 포도원의 주인은 몸이 불편한 노부부였는데 일일이 포도를 따서 포장하기 힘들어서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그로피우스는 여기서 얻은 영감을 디즈니랜드에 활용했다. 시공팀에게 길을 내기로 한 곳에 잔디 씨를 뿌리고 예정보다 일찍 공원을 개방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씨를 뿌린 곳엔 파릇파릇 잔디가 돋아났고 사람들이 지나다닌 동선을 따라 작은 오솔길이 만들어졌다. 일정한 모양은 아니지만 넓은 길과 좁은 길이 조화를 이룬 아주 자연스러운 길이었다. 이 길은 1971년 런던에서 열린 국제조경건축 심포지엄에서 '가장 훌륭한 내부 도로 설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그로피우스가 길의 크기와 방향을 미리 정해 놓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당신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어디로 뻗어갈지 모르는데 쓰기 전부터 목표를 정하면 위험하다. 어딘가에서 청탁을 받고 쓴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주제를 미리 정해 놓고 억지로 쓰다 보면 중언부언하거나 자연스럽지 못한 글이 되기 쉬우니까. 마음을 비우고 생각이 흐르는 길을 따라가며 글을 써보자.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정말로 밖으로 나가서 오솔길이나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의 뇌는 가만히 있을 때보다 몸을 적당히 움직일 때 더 잘 돌아간다고 한다. 이 글도 아까 산책을 하다가 쪽지를 꺼내 끄적거린 메모 덕분에 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