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의 『쓰는 기분』을 읽으며
소설가 공지영이 쓴 에세이에서 "엄마도 글이 안 써질 때가 있어?"라고 딸이 묻는 장면을 읽고 웃어야 할지 한숨을 쉬어야 할지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공지영이 너무 싫어져서 그의 책을 읽지 않지만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늘 카피 쓰는 게 힘들었고 지금도 글 쓰는 게 힘든 나로서는 그 장면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막막해지면 다른 책을 펼쳐 읽는다. 책상 위엔 충청북도교육도서관에서 빌려온 글쓰기 책들이 몇 권 있지만 오늘은 집에서 가져온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을 펼쳤다. 예전에 줄 치고 메모해 놓은 페이지들을 찾아 읽다가 '모든 글은 후일담이다'라는 문장에 눈길이 갔다.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렇지. 모든 글은 후일담이지.
누구도 예언서를 쓸 순 없다.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자신이 경험한 것만 쓸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모두 만만치가 않다. 누구나 일 초 일 초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누구나 무한한 코스모스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일들로 점철되어 있는 나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인생은 모두 한 권의 책이니까. 나는 쓰는 자로 살기로 결심했으니 제대로 살려면 쓰는 수밖에 없다. 다른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