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How 2 write : 글쓰기 방법론

by 편성준

글을 쓸 때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 중 하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지겹거나 재미없어서 건너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다. 나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땐 그런 적이 많으니까. 그래서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에겐 일기 쓰기를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기는 저 혼자 쓰고 저 혼자 읽는 글 아닌가. 일기를 재미나게 써서 뭐하나. 칭찬해줄 사람도 없는데. 어렸을 때 일기는 혼자만 보는 글이라고 배웠다. 말로는 그렇게 가르치면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일기를 검사하고 채점하고 별점을 주거나 짧은 평까지 남겼다.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에겐 배울 점이 없다.


생각해 보면 내가 최초로 연재했던 글도 '음주일기'였다. 술자리에서 벌어진 재미있거나 황당했던 일들이 휘발유처럼 날아가 버리는 게 아까워서 쓰기 시작했는데 제목만 일기였지 사실은 후기를 빙자한 콩트 형식이라 그랬는지 제법 인기가 많았다. 나는 독후감이든 영화 리뷰든 쓰기만 하면 오자도 고치지 못하고 일단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 급급했다. 기계적으로 올린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어쩌다 좋은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충만해서 자랑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와 세계관이나 문학관, 여성관 등이 사뭇 다른 이들은 내 글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그런 독자까지 신경 쓸 정도의 이성이 내겐 남아 있진 않았다. 적당한 노출증은 정신 건강에 좋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작가 강원국 선생도 자신을 '관종'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좀 못 쓰면 어떤가. 나라를 구하는 일도 아닌데.


당신이 쓴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줘라. 아무 글도 발표 안 하고 짠, 하고 하루아침에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일기든 잡글이든 몸에서 저절로 흘러넘치는 글들이 당신을 작가의 자리로 밀어 올릴 것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쓴 은유 작가는 '리뷰를 받을 때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보여라’라고 조언한다. 그러니 제게 글을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성심을 다해... 음, 너는 믿을 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소리가 곧 전화기나 방송에서 흘러나올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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