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매거진 《IVE》 요조 편을 읽고
IVE 매거진은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아내가 몇 달 전 사 온 책인데 마음이 바빠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넘어갔다가 지난주에 서울에 올라와 다시 집어 들었다. 김혜리든 지승호나 김지수든 보통은 인터뷰이를 전면으로 내세우는데 반해 이 책은 요조라는 '인터뷰어'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게 특이하다. 책의 앞부분인 프리뷰어에서는 '개인의 시대'라는 매거진 컨셉에 가장 맞는 인터뷰어로 왜 요조라는 사람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밝히고 그래서 결국 뮤지션 요조보다는 신수진이라는 본명이 낫겠다는 합의 하에 진행된 김민희, 김소연, 최은영의 인터뷰 기사가 이어진다.
요조의 압도적인 사진(이 사진으로 대통령 출마해도 되겠다는 소릴 들었다고 한다)이 돋보이는 이 책의 페이지를 열어 인트로부터 꼼꼼히 읽었다. 첫 번째는 인터뷰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톱클래스》의 김민희 대표를 인터뷰하는 모험을 감행하는데, 첫 만남부터 의기투합하는 두 사람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특히 김민희가 '인생은 스케줄대로 되지 않는다'며 자신은 여태까지 간절함이 없이 살아온 것 같다고 털어놓자 요조가 자기랑 똑같다며 "오래전에 저도 『시크릿』을 읽었는데, 그때도 '나는 왜 원하는 게 없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저는 보드에 붙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없는 거예요.(웃음)” 대목에서는 낄낄낄 웃었다.
소설가 최은영 편에서는 요조라는 성실한 인터뷰어의 덕목이 특히 빛난다. 최 작가의 대표작인 『쇼코의 미소』나 최근작 『밝은 밤』은 물론 무크지에 발표한 「임보일기」나 「선택」의 부분 부분까지 세심하게 찾아 거론하고 단편 「601·602」와 영화 《벌새》의 시대적 공통점을 찾아내 질문하기도 한다. 나중에 IVE 홈페이지에 가보니 잡지사 스태프들과 함께 대학생들처럼 모여 집중적으로 텍스트를 함께 읽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홍대여신'이라는 별명을 끔찍이 싫어했던 요조가 '그게 내 잘못이 아니고 어떤 대상화를 혐오했던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설명하는 장면이 좋았고 여성주의자인 최은영이 '왜 요즘은 여자 작가들뿐이야?'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여자를 우대하거나 여자들이 시간이 더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여성 작가들이 더 열심히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다.
책에도 운명이란 게 있다면 이 매거진은 어떡하든 나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뒤늦게라도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저자인 요조보다 독자인 내게 더 다행이라 여기는 것이, 나는 이 잡지를 읽다가 여러 번 종이를 꺼내 새로운 아이디어나 생각을 메모하곤 했으니까. 그만큼 얻을 게 많고 통찰도 깊은 인터뷰였다. 유튜브로 검색하면 고급스러운 구성의 인터뷰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연 2회 발간되는데 요조 편 전엔 윤여준 전 장관이 인터뷰한 주진형 전 대표 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