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2 write : 글쓰기 방법론
고등학교 때 처음 시를 써서 상을 받았다. 우등생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공부로는 좀처럼 상을 받을 일이 없었는데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에 난데없이 내 이름이 불리더니 교장 선생님이 손수 자신의 이름과 직인이 찍힌 상장을 안겨 주었다. 교내 백일장에서 내 시가 뽑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 마 후 시화전에 「미스터 M에게」라는 시를 냈는데 이웃 학교의 어떤 여학생이 '미스터 M이 누굴까. 시가 굉장히 인상적이던데...'라는 메모를 방명록에 남기고 가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미스터 M은 알베르 카뮈가 쓴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를 변용한 것이었다. 글쓰기로 내가 좀 특별해졌다는 느낌을 받은 첫 번째 사건이었다. 이후로 나는 틈만 나면 노트에 아무 글이나 썼다가 나중에 고쳐보는 습관을 들였다.
브렌다 유랜드의 『글을 쓰고 싶다면(If you want to write)』이라는 책에는 르네상스 시대에 소네트를 쓰던 신사들 얘기가 나온다. 유랜드 여사는 <왜 르네상스 귀족들은 소네트를 썼나>라는 글에서 당시 신사들 사이에 소네트 쓰기가 유행한 것은 '자신이 소네트를 쓸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서'라는 유치한 이유가 첫 번째였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마음에 드는 숙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구애와 연애는 젊은 날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것이다.
이런 불순한 목적으로 쓴 소네트로 그들은 원하는 사랑을 얻은 것은 물론 생각지도 못했던 '내재된 보상'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느낌을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글을 씀으로써 사랑이 무엇인지, 자신의 감정 중 어느 게 진짜고 어느 게 가짜인지를 알게 되었고 아울러 모국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글쓰기가 아닐 수 없다.
신기하게도 글에는 치유 능력이 있다. 아무래도 글을 쓰려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자신의 내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창의적인 뇌의 비밀』에 나온 것처럼 감옥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으면 죄수들의 삶이 변하는 것도 글쓰기에 숨어있는 자아성찰의 기능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치사하고 속물적일수록 좋다.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든 잘난 체를 하기 위해서든 글쓰기를 시작하면 인생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언제나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방향으로.
소네트(Sonnet) : 유럽 정형시의 한 가지. 단어 자체의 의미는 '작은 노래'라는 뜻이다. 13세기경까지 엄격한 형태와 구조를 갖춘 14줄짜리 시를 의미했는데 시대가 지나면서 조금씩 변했다. 각운을 맞추는 데 엄격하며, 르네상스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지만 영국으로 건너가 꽃을 피웠다. 대표적인 소네트 작가는 셰익스피어다. 154개의 소네트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