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키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글을 쓰려고 청주에서 머무는 중인데 주말에 잠깐 성북동으로 올라와 책꽂이에서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꺼내 읽었다. 그가 이태리와 그리스에 머물며 소설을 쓰던 때의 이야기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마침 선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의 항구 근처의 타베루나(음식점인 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보니 '시끌벅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그리스의 서민식당'이란다)에 가서 포도주를 시켰더니 가게 주인이 술을 팔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지방선거가 있는 날엔 술을 팔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무 다혈질이라 선거 결과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루키의 표현에 의하면 '외국인은 물론 화성인에게도 일체 금지'란다. 우리나라도 올해에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만약 진짜 그런다면 나부터 화를 낼 것 같으니. 이것 참.
하루키는 시실리의 파레루모에서 한 달간 살면서 『노르웨이의 숲』의 60퍼센트를 썼다. 그는 매일 소설을 쓴다는 건 뼈를 깎고 근육을 짓씹는 기분이 들 만큼 힘든 일이지만, 쓰지 않으면 더 괴롭다고 했다. 맞다.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쓰지 못하는 번민의 시간이 더 괴로운 법이다. 그는 말한다. "글을 쓰는 건 간단하지가 않다. 하지만, 문장도 쓰여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그 세계로 자신을 내던지기 위한 집중력이다. 그리고 그 집중력을 가능한 한 오래 지속시키는 힘이다. 그런 조건이 갖추어져 있으면, 어느 순간 그 괴로움은 돌연 극복된다. 그리고 자신을 믿는 일. 자신에는 이 작품을 어김없이 완성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일."
도움이 되는 글이다. 책은 두 번째 읽을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기 때문이다. 아, 오자도 하나 발견했다. 도시 이름을 파레루모라고 잘 쓰다가 딱 한 번 '팔레루모'라고 썼다(156P). 나는 쩨쩨하게 오자를 찾아내면서 기뻐하는 변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