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만, 씁니다

How 2 write : 글쓰기 방법론

by 편성준

사람들은 제게 ‘어떻게 그렇게 매일 글을 쓰고 어딘가에 올릴 수가 있느냐?’라고 신기해합니다. ‘잘 나가는 작가들도 글 쓰는 걸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던데.’라고 하면서요. 그런 분들에게 저는 “글 쓰는 사람이 매일 글 쓰는 게 당연하죠.”라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도 매번 무섭다고 고백합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인데도 ‘글을 잘못 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품고 삽니다. 이전에 썼던 글이나 책이 칭찬을 받을 때도 무조건 기뻐하기보다는 ‘그때는 운이 좋아서 어쩌다 잘 쓴 게 아닐까? 이제 운이 다해서 실력이 탄로 나면 난 어떡하지?’ 같은 근심에 휩싸입니다. 그럴 때 제게 위로가 되는 시 한 편을 발견했습니다. 천양희 시인의 <최고봉>이라는 시입니다.



최고봉

천양희

높은 산에 오를 준비를 할 때마다 장비를 챙기면서

운다고 고백한 산사람이 있었다 14번이나 최고봉에 오른 그가

무서워서 운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비밀을 안 것처럼

나도 무서웠다 산 오를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서 싼 짐을

풀지만 금방 울면서 다시 짐을 싼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도

울면서 짐을 싼 적이 있다 그에게 산이란 가야 할 곳이므로

울면서 떠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서워 울면서도

가야 할 길이 있는 것이다

능선에 서서

산봉우리 오래 올려다보았다

그곳이 너무 멀었다



열네 번이나 최고봉에 오른 그가 울다니요. 저는 이 시를 읽고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찰리 채플린이 ‘채플린 흉내내기 대회’에 몰래 출전했는데 결과는 겨우 3위에 그치고 말았다죠. 세상엔 진짜 채플린보다 더 채플린 같았던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던 겁니다. 마치 《히든 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 가수들에게 밀리는 오리지널 가수와 같은 경우였죠. 그래서 채플린이 실망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이런 실패담조차도 유머로 승화시킬 줄 아는 진짜 천재였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세상엔 저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제의 제가 오늘의 저보다 잘 쓴 작가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항상 두렵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제 모습보다는 뭔가 뒤적이고 쓰는 제 모습이 더 좋아서 씁니다. 천재 타자도 열 번에 예닐곱 번은 삼진을 당한다는 걸 떠올리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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