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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11. 2019

이름

금요일 저녁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인 금요일 오후 5시 경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전에 광고대행사 다닐 때 나랑 '여학생팀'에서 같이 허구헌날 밤을 새던 친구다. 그날도 꼼짝 없이 밤을 새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모든 게 전격 취소되는 바람에 너무 허무해져서 그냥 내게 전화를 해봤다고 한다.


요컨데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것인데 나는 이미 선약이 있다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다며 흔쾌히 웃는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니 반가웠다. 우리 사무실도 요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바쁘다. 광고 프로덕션일이라는 게 바쁘고 한가한 걸 조절하기 힘든 직종이라서 더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젊었을 때 썼던 단편소설 주인공들처럼 약간의 번역 작업만으로 생활비를 벌고 남는 시간엔 제이가 운영하는 단골 바에 가서 땅콩껍질이 바닥에 이 센치 정도 쌓일 때까지 맥주나 마시며 살고 싶지만, 세상에 그런 환타스틱한 사무실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이젠 너무 잘 안다.  


그나저나 아까 전화한 친구는 클라이언트나 대행사가 그만 됐다고 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로 유명했던 성공한 크리에이터인데, 이름이 문선이다. 이름에 달과 해가 모두 들어 있어서 그렇게 밤낮으로 바쁜 모양이다. 나도 실수로 이름에 말이 한 마리 들어가는 바람에 - 준마 준駿 자다 - 이렇게 허정허정 달려왔던 모양이다.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꿔볼까. 가만있자, 베짱이가 한자로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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