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May 06. 2019

어리숙한 남편

Made in China라고 쓰여 있는 일제 캠핑체어를 샀어요

아침에 아내가 현관 밖으로 나갔다 오더니 내게 말했다.

"여보, 어제 주문한 캠핑 의자가 벌써 왔어."
"그래?"

과연 나가보니 예쁘게 생긴 캠핑 의자가 두 개가 현관 앞에 앉아 있었다. 이미 네 개가 있으니 이제 고기 구워 먹으며 놀기에 가장 높이가 적당한 캠핑용 의자가 여섯 개가 되었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우리집에 오는 손님 수는 우리 둘을 포함 여섯 명이 가장 좋다고 합의를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재활용 쓰레기 정리를 하고 마당을 쓴 뒤 다시 거실로 들어오려다가 의자를 잠깐 살펴보았다. 의자 뒤에 품질보증서인지 사용법인지 하는 종이가 붙어 있길래 떼어냈다. 나는 종이를 읽어보고 주방의 작은 창을 통해 아내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 의자가 일젠가 봐. 일어로 쓰여있네."
"콜맨이 일제야?"

나는 다시 종이를 쳐다보았다. 영어로 'Coleman'이라고 쓰여 있고 다른 글은 죄다 일어였다.

"일어로 쓰여있는데?"
"일어로 써있다고 다 일제야?"

반발심이 일어 다시 한 번 종이를 쳐다보았다.

"일어로 쓰여있긴 한데. 음, 메이드 인 차이나...일제네!"
"푸하하."

알고 보니 콜맨은 중국에서 만든 일제 의자였던 것이다. 아무려면 어떠냐. 오늘 점심엔 동네 친구 둘이랑 저기 앉아서 고기를 구워 먹을 계획인데.

작가의 이전글 어린이날에 양평에서 만난 아름다운 전시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