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토요일 초간단 후기 : 김초엽의 『행성어 서점』 편
안녕하세요. 독토 모임 후기를 쓰는 일은 언제나 뒤로 밀리는군요. 청주에 혼자 내려온 지 한 달이 넘으니 마음이 급해져 독토 후기 따위는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는데 조금 아까 생각해 보니 벌써 다음 주에 독토 모임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긴 리뷰는 못 쓰겠고(나중에 쓰더라도) 초간단 리뷰를 '예고편 길이'로 써보겠습니다.
지난 독토는 김초엽 작가의 초단편 소설집 『행성어 서점』을 읽고 함께 얘기하는 자리였습니다(줌으로 만났습니다). 초단편들이라 각자 거론하는 작품들도 다양했습니다. 이미경 씨는 짧은 이야기들이라 다른 소설처럼 벽이 느껴지지 않아 좋았고 숨은그림찾기처럼 메타포를 찾아보는 재미가 좋았다고 했습니다. 김성희 씨는「선인장 끌어안기」를 읽고 작가가 천재인가 보다 감탄했다 하고요. 김하늬 씨는 요즘 작가들의 성향이 느껴지는 작품집이라 했습니다. 소설이라는 게 꼭 기-승-전-결을 갖출 필요가 있냐, 그냥 가볍게 써도 되고 내가 좋은 글을 쓰는 게 먼저지,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배명훈 김보영에 이어 정세랑 김초엽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SF의 약진에 대해 얘기하려 했으나 별 반응이 없어서 못했고요. 지우주 씨가 책 표지가 예쁘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면서 책을 많이 안 읽는 자신에게도 쉽게 읽히는 짤막짤막한 구성이 편했다고 하자 이번에 처음 회원이 된(사실은 지난달에 결석해서) 박효성 씨가 '소설계의 인스타그램 같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윤혜자 씨는 자가가 셀프 칭찬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지우주, 박효성 같은 젊은 독서인들을 독토에 오게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문학은 변한다면서 김초엽은 지금도 좋지만 앞으로 10년, 15년 이후가 더 기대되는 작가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기홍 씨가(사실은 이 얘기하려고 후기 쓰기 시작함) 모여서 책 얘기하는 건 좋은데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책보다는 책 얘기 뒤에 있던 뒤풀이 술자리를 더 사랑했던 것 같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때문에 1년 넘도록 온라인으로 만나고 있으니까요. 박재희 씨도 뭐라 얘기를 했는데 제가 빠빠서...... 이제는 얼굴 마주 보고 앉아 술 마셨다는 후기를 쓰고 싶은데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 읽고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