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Feb 14. 2022

이런 인터뷰는 좋을 수밖에 없다

정은숙 인터뷰집 『스무 해의 폴짝』


"메모를 뒤적이는 건 무엇을 쓸지 찾는 과정이에요. 메모 상태는 부화 전 알과 같아요...... 메모가 중요하긴 하지만 써놓고 펼쳐보지 않으면 그냥 메모 그대로 있겠죠.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적이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무엇이 어떤 것과 결합해서 무얼 만들지 누가 알겠어요." - 이승우


마음산책이 2020년에 창업 20년을 맞아 신형철, 김금희, 김연수, 이기호, 임경선, 손보미 김소연, 김숨, 황인숙  20명의 문인들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궁리한  인터뷰집 『스무 해의 폴짝』을 어젯밤에 조금  읽다 잤다. 소설가 이승우가 메모에 대해 얘기하던 장면에 밑줄을 그어 놨는데 아침에 일어나 캐비초크를  먹으며 다시 책을 열어  페이지를 보니 내가 밑줄 그은 내용이 그대로 머리말  페이지에 인쇄되어 있었다. , 정은숙 대표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으쓱했다.

이승우는 학생들에게 창작 방법을 다른 누구보다 잘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소설을 열심히 쓰는 게 최선의 방법이겠구나' 생각하고 열심히 쓴다고 한다. 실질적이면서도 겸손하고 멋진 스승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그가 쓴 『사랑의 생애』를 황홀하게 읽고 광고계 친구 강석권 CD와 만나 그 책 얘기를 하며 광화문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적이 있다. 남자 놈 둘이 만나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좋았다.


잘 만들어진 인터뷰집들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존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행간에 읽혀서 좋다. 『스무 해의 폴짝』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인터뷰이의 발 치수와 좋아하는 색상을 먼저 물은 뒤 준비해 간 운동화를 신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시작한다. 자신이 선택한 색상의 운동화를 신거나 만지고 있는 작가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인터뷰는 여러모로 참 좋다. 너무 두꺼워서 책상에 놓으면 자꾸 책이 닫히려 한다는 점 하나만 빼고는 흠잡을 데가 없는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의점계의 ‘웃기는 막내’ 같은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