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지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기자가 이어령 선생과 나누었던 '라스트 인터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프롤로그를 읽는데, 이어령 선생의 이야기로 들어가기도 전에 인터뷰어 김지수의 아름다운 문장에 눈이 부시다. 예를 들어 나 같으면,
'시한부 인생'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선생과의 대담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를 급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가 생각나는 대로 소크라테스와 필록테테스와 니체와 보들레르, 장자 양자 컴퓨터를 넘나들며 지식의 향연을 펼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감탄사인지 맞장구인지 모를 소리를 작게 내면서 그저 받아 적는 것밖에 없었다. 선생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는 말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라고 쓸 것을 김지수 기자는 이렇게 쓴다.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그의 시한부 삶이 그의 입술 끝에 매달려 전력질주하는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가 소크라테스와 필록테테스와 니체와 보들레르, 장자와 양자 컴퓨터를 넘나들며 커브를 돌 때마다, 그 엄청난 속력에 지성과 영성이 부딪혀 스파크를 일으켰다. 우수수 떨어지는 부스러기만 수습해도 남은 인생이 허기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인터뷰 기사도 문장이 좋으면 인터뷰이의 생각과 의도가 더 잘 전달되기 마련이라고 평소에 믿는 나에게 김지수 기자의 이 책은 하나의 교본이 될 것 같다. 지금 생각난 것들을 잘 갈무리해서 내 글쓰기 강의에 예시로 인용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