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의 작품을 몇 편 읽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읽지 않고 있다가 아리랑도서관에서 충동적으로 빌려다 읽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제목이 익숙하지만 그만큼 식상하기도 해 언뜻 손이 안 갔던 작품이다. 읽는 도중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드라마 《나인》의 모티브가 되었던 소설인데 그땐 판권을 팔지 않아 모티브만 빌렸고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려 연락했을 때는 마침 기욤 뮈소가 배우 김윤석의 팬이라 판권 판매에 동의했다고 한다. 역시 셀럽의 힘은 강하다.
시간여행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인공이 외과의사라는 건 몰랐던 사실이다. 역시 스피디하고 화려한 구성인데 나는 특히 그가 대중매체나 서브컬처를 다루는 방식이 과감하고 유치해서 좋다. 『구해줘』였던가, 그의 다른 소설에선 뉴욕의 커피숍에서 조지 클루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옆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 소설에서도 1976년에 경찰과 얘기할 땐 《스타스키와 허치》라는 드라마를 농담의 소재로 쓰고 재니스 조플린이나 지미 헨드릭스 얘기,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이나 비지스의 노래 <You shouls be dancing>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주인공 엘리엇 쿠퍼의 딸 앤지가 1997년에 열중하던 TV 콘텐츠는 《프렌즈》《베버리힐스의 아이들》《사우스파크》등인데 그땐 의학 드라마 《E.R》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고 그가 2006년으로 가서 만난 친구 매트의 아이팟엔 U2, R.E.M,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등이 들어 있었다. 그는 재생 목록에 롤링스톤즈의 <Satisfaction>이 여전히 들어 있음을 알고는 비로소 마음을 놓는다.
기욤 뮈소는 젊은 날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한다.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은 그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허락하는 판타지 소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과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구해줘』는 프랑스 아마존 85주 연속 1위라는 판매 기록을 세웠고 이 작품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도 세계 22개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오로지 글의 힘으로 이룬 부와 명성이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물론 돈에 눈이 어두워서 덤비는 건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쾌감에 빠지고 싶은 게 먼저다. 쓰게 되겠지. 쓰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 이런 얘기부터 쓰는 거 정말 싫은데. 큰일이다. 빨리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