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영향을 준 사람

나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

by 망내야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해도 이효리. 처음 요가를 시작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요가를 하게 된 이유는 이효리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유기견을 입양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효리 때문이기도하다. 채식주의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된 계기도, 조용한 삶에 대한 동경도 이효리로부터 비롯되었다. 내 자신을 연예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만 있다면 굉장히 근사하겠지만, 현실의 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사람이다.


5살, 처음 유치원을 다닐 땐 너무나도 예뻐보였던 유치원 선생님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저렇게 좋은 향기가 나고 싶다라던가 저런 훌륭한 미소를 가지고 싶다라는 그런 마음들. 십대때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나 '데미안'의 헤르만 헤세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었다. 이십대 후반, 곧 서른을 앞둔 지금은 전세계를 제 세상처럼 누비며 신나게 디제잉을 하는 페기 구,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몸매와 얼굴을 가진 제니, 각본도 재밌게 쓰는데 연출까지 너무 멋지게 해내는 이경미 감독같은 사람들이 부럽다.


물론 '절대로 저렇게 추하게 늙진 말아야지'하고 다짐하는 경우들도 많다. 별것도 아닌 걸로 다른 사람들한테 짜증을 내거나, 아주 사소한 것들을 가지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들을 버리는 사람들의 모습. 여유라곤 보이지 않는 치졸한 모습들은 절대로 닮고 싶지 않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빨대 포장지 쯤은 손에서 놓쳐도 줍지 않는 그런 모습. 매일매일 쳇바퀴 굴러가듯 굴러가는 삶에 아무런 감흥도 없이 차곡차곡 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고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어른의 모습 말이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다.


가끔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질 때도 있다. 나의 취향이 나를 설명해 줄 수 있을거라 믿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온전히 내것이 아닌 것 같다. 온전한 나 자신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원초적인 의심이 들기도한다. 어려서부터 나를 키워준 부모님, 나의 성장을 지켜봐준 친구들은 내 삶에 알게 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책 읽기를 즐겨하던 아빠, 음악을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요리를 좋아하던 남동생 때문에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요리를 하는 나라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강아지를 유독 좋아하는 친구, 인디 영화 이야기만 하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친구, 무채색을 즐겨입는 친구때문에 강아지를 사랑하고 인디 영화를 가끔 보고 무채색 옷이 가득한 옷장을 가진 내가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원초적인 질문들은 나를 종종 괴롭게한다. 과연 나만의 오롯한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될 수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친한 친구나 연인과 다투고 '나다운게 뭔데!'라며 악을 바락바락 지르는 주인공들의 심정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가끔은 추하다고 여기는 모습들이 보이는 나를 바라볼 때 당혹스럽기도하고 실망스럽기도하다. 그리고 더이상 십대처럼 누군가가 되고싶다라는 욕망 자체를 포기하고 그저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만 가진 꿈 없는 어른이 된 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한다. 이 모든 단계가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과정인 것일까?


삶의 단 한순간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온전하게 내것으로만 가득찼던 그런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직 인생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로 주고 받는 이 영향력을 내 힘으로 억지로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꿈을 꾸게 된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마음, 그 영향력이 좋은 영향력이길 바라는 마음말이다. '아 정말 저 사람같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내 삶의 아주 단편적인 부분이라도 누군가에게 꿈을 주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나는 아쉬탕가 요가를 한 세션하고 강아지와 산책을 즐겼다.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영화를 봤다.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 진 일이라고해도 크게 상관없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이 하루로 하여금 내일을 꿈 꿀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 것 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찬 어른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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