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이지만 성대모사를 해보자

by 숭어

한국에서 한평생 살아온 나는 외국어라곤 영어, 일본어가 전부다. 그것도 완벽하냐? 아니지 여행할 때 길 묻고 화장실 찾는 정도의 간단한 말들만이 가능하다. 대화가 길어지면 난처하다 난처해~


우리 부부는 유럽에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파리에는 남편의 둘도 없는 친구 둘과 나의 소중한 친구 정민이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원래도 무계획인 우리가 더 무계획이 되어버린다. 친구들이 가자는 식당에 가고 추천해 주는 디저트를 먹고 주문도 불어로 척척해준다. 주문뿐만 아니라 집을 비워 잠도 재워줘, 택시 불러줘 까막눈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주는 감사한 존재들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 없이 현지인 식당에 가면 번역기를 보고 메뉴판을 읽어야 할 지경이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도 챗지피티를 이용해 메뉴를 번역해 주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리 상상과는 꽤나 다른 음식들이 나왔다. 재료만 나열했지 요리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던 것이다. 또 국내에선 겪어보지 못한 무력감을 느낄 때가 꽤나 있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다 오류가 났는데 불어 문구를 이해하지 못해 나이 많으신 분들이 헤매시는 것처럼 당황하거나 식당이나 여러 자리에서 불어 대화가 오갈 때 내가 할 말은 “뭐래? ” 뿐일 때..~


내가 느끼기에 불어는 너어무 어렵지만 재밌게 들리는 언어다. 목을 긁는 소리를 따라 하기 어려운데 그게 또 너무 따라 해보고 싶다. 파리의 지하철에서는 역을 하나씩 읽어주는데 내가 머릿속에 생각했던 발음과 너무 달라서 웃기기도 하고 꼭 소리 내서 따라 해 보게 된다.


일례로 정민의 결혼식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두 마리의 큰 강아지들이 있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사냥견종으로 회갈색의 오묘한 털과 회색빛을 띈 황금색 눈동자를 가졌다. 둘이 똑 닮은 형제견은 천방지축 뛰놀기 바빴는데 인사를 하고 싶은 나는 매우 질척거렸다. 그러다 목에 ROMY라고 적힌 이름표를 발견하고 수백 명의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로미~!!라고 그들을 계속해서 불러댔었다.

다음날 정민의 남편 루이가 호미~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아차차 여기는 프랑스지하고 또 까막눈인 나를 발견했더랬다. 까막눈이여도 열정을 가지고 눈치껏 따라 해 보자! 이번 여행 가장 많이 한 말 3종

봉쥬 , 메흐시, 오흐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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