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 브랜드 3곳에 대한 이야기 (2024-봄)
자극에 질린 당신을 위해
마음에 드는 향기 아이템을 찾으러 시향에 나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분명 가볍게 향을 탐색하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 코가 시큰거린다. 그럴 때 하나의 팁이 있다면 커피 원두 향을 맡는 건데, 커피의 후각 초기화 효과로 금방 다른 향을 더할 수 있다. 이처럼 커피는 각종 자극으로 물들어가는 우리의 일상을 환기하고, 재생시킨다. 고마운 사실은 한국에는 피로로부터 우리를 구원할 훌륭한 카페가 많다는 것. 심지어 아메리카노 한 잔을 2,000원 정도에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지난해 10월 기준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무려 405잔 정도였으며 국내 커피 음료점 수는 10만 개에 육박하는 9만 6,575개로 집계되었다. 1) 이 엄청난 수치를 보고 있으면, 하루하루가 피로한 한국인에게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부담 없이 가벼운 만남
수요가 있다면 공급도 있어야 마땅한 법. 특히 ‘저가 커피 브랜드’의 확장으로 말미암아 커피 시장은 이 법칙을 철저히 따르는 듯하다. 대표적인 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 MGC커피 2), 컴포즈커피, 빽다방의 매장 수 증가율은 놀랍다. 2022년 말과 비교하여 2024년 1월 기준 메가커피는 2,173개에서 2,757개, 컴포즈커피는 1,901개에서 2,442개, 빽다방은 1,231개에서 1,480개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3) 실제 소비자가 생각하는 평판 순위도 눈여겨볼 만한데,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커피전문점 브랜드평판 분석 결과’에서도 세 브랜드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와 함께 5위권에 안착했다.
한편으로는 저가 커피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공급하니, 이것이 자극에 지친 우리의 커피 수요를 자극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길을 걷다가도 거리에서 풍기는 커피 냄새를 맡고서 피로를 덜어줄 음료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는 건 큰 부담이 없으니 말이다. 이렇듯 세 브랜드가 사랑받는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공통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2,000원을 넘지 않는데, 이는 최적의 원두 물량 관리, 자체 로스팅 공장 운영 등 가장 효율적인 운영으로 하여금 가능하다. 착한 가격뿐만 아니라 세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여럿 발견되는데, ‘가시성 좋은 브랜드 컬러’가 있겠다. 노란색을 브랜드 컬러로 채택한 것에는 손쉽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으니, 우선 눈에 잘 띄기만 하면 소비를 끌어내는 것은 쉬운 스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고민은 즐겁다
신속하게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도 물론 좋다. 하지만 가끔은 빽빽한 메뉴판을 두고 지독하게 고민하는 즐거움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세 브랜드의 또 다른 공통점은 다양한 메뉴로 선택의 폭을 늘려 기쁜 발걸음을 유도하는 것. 150여 개가 넘는 메뉴를 지닌 메가커피의 시그니처는 단연 ‘퐁 크러쉬’ 라인업이다. 2016년 9월 ‘아는 맛의 위대함’ 시리즈로 출시된 퐁 크러쉬는 죠리퐁 과자를 다채롭게 활용한 음료로, 든든하면서도 재미있는 식감으로 8년째 사랑받고 있다.
컴포즈커피는 2023년 8월 벨지움 생초콜릿이 그대로 들어간 시즌 메뉴인 ‘생초콜릿 라떼’를 출시했다. SNS상에서 입소문이 난 이 메뉴의 최대 단점은 ‘시즌 메뉴’라는 것. 시즌 종료 이후 메뉴의 재출시 요청이 빗발쳤고, 생초콜릿라떼는 컴포즈커피의 온고잉 메뉴로 자리 잡았다.
빽다방 또한 2018년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빽스치노’ 라인업을 출시했다. 대중적인 초코, 딸기, 바나나, 커피, 녹차뿐만 아니라 이색적인 피스타치오까지. 빽스치노는 부드러운 시원함으로 소비자들을 이끌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워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그니처 메뉴를 통해 지속적으로 그 브랜드만을 찾게 하는 명분을 만드는 세 브랜드의 공통적인 전략이었다.
화려한 스케일, 강렬한 시너지
커피를 음미하면 입도, 코도 즐겁겠지만 이 세 브랜드는 우리의 눈까지 즐겁게 만들곤 한다. ‘스타 마케팅’은 인지도를 위해 유명 모델을 기용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메가커피는 ‘손흥민 생일 카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모델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에 진심이다. 아시안컵에 참여한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을 때마다 딸기 시즌 무료 음료 쿠폰을 선착순으로 제공하고, 친필 사인과 축구화를 증정하는 ‘MEGA SON MEGA EVENT’를 진행했다.
컴포즈커피는 최근 BTS의 ‘뷔’를 모델로 선정했는데, 홈페이지 가입자 수가 260만 명 이상 증가하는 쾌거를 맛보았다. 홍보영상 속 뷔가 좋아한다고 언급한 메뉴 ‘유자 티’는 전년 대비 판매율이 72% 상승했고, 그의 팬덤 ‘아미’가 단체로 컴포즈커피에 방문하는 등 신규 고객을 확실히 포섭하기도 했다. 실제로 군 복무 기간 팬들을 위해 친근한 컴포즈커피의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고려했다고 하니, 성공적인 스타 마케팅이 아닐 리 없다.
한편 빽다방은 브랜드 출시부터 ‘백종원’을 필두로 맛과 퀄리티를 보장해 왔다. 지난여름에는 K-POP 대표 아이돌 엑소(EXO)와의 콜라보를 통해 시너지 마케팅을 펼쳤다. 정규 7집의 타이틀곡 ‘Cream Soda(크림소다)’를 콘셉트로 한 신메뉴를 기획했고, 이 메뉴는 컴백 기념 팝업스토어에서 선공개되기도 했다. 이렇듯 스타와 함께하는 이색 마케팅은 재미와 접근성을 더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번 봄 호와 어울리는 노란 컬러를 자랑하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마케팅을 들여다보았다. 이들의 성장은 접근성과 가시성을 극대화하여 소비자에게 각인됨으로써 가능했다. 노란 컬러와 저렴한 가격, 다양한 메뉴와 스타 마케팅. 과연 이러한 공통점이 각 브랜드가 지닌 고유한 향을 흐리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도 이색적인 마케팅을 찾아보는 재미가 분명 있기 때문!
사실 저가 커피에 덧씌워진 이미지는 ‘여유’보다는 ‘생존’에 가깝다고들 한다. 하지만 등굣길에, 출근길에, 점심 이후에, 졸린 오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테이크아웃하는 커피 한잔은 우리에게 한 템포 쉬어 갈 시간을 선사한다. 그러니 길거리를 거닐다 커피 향이 나면, 잠시 자극을 지우고 한 템포 쉬어 간다는 생각을 해보자. 향과 커피의 관계처럼 말이다.
1) 유로모니터(2023)
2) 이하 ‘메가커피’로 통칭
3) 이데일리(2024)
1) 시즈널 이슈
해당 글은 대학생 광고마케팅 잡지인 '콤마매거진'의 봄호에 수록되는 2p 광고마케팅 기사였다. 봄호의 컨셉이 '향'이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봄에 담을 향을 고민해야 했다. 봄과 향은 언뜻 보아도 자연스러운 연결이었지만, 잡지 내내 '향'이라는 키워드가 반복되면 피로해질 것을 염려했다. 따라서 '커피의 후각 초기화 효과'를 떠올렸고 잡지에 환기를 주고자 했다.
2) 브랜드 선정
광고마케팅 기사이기 때문에 최근 트렌드를 선정해 엮어내야 했다. 당시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행을 포착, 이를 대표하는 세 브랜드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가시성 좋은 노란 컬러를 메인으로 했기 때문에 봄호의 상징적인 이미지와도 어우러졌다.
3) 자료 수집
한국인의 커피 소비와 관련된 주요 통계를 바탕으로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을 입증했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405잔, 국내 커피 음료점 수 약 9만 6,575개(2023년 10월 기준) 등의 수치를 통해 커피가 현대인의 필수재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의 매장 수 증가율과 브랜드 평판 순위를 인용하며, 이들 브랜드가 소비자 사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 메뉴인 메가커피의 ‘퐁 크러쉬’, 컴포즈커피의 ‘생초콜릿 라떼’, 빽다방의 ‘빽스치노’와 같은 사례를 들어 브랜드 고유의 매력을 드러냈다.
스타 마케팅 사례로는 손흥민(메가커피), BTS 뷔(컴포즈커피), 백종원·엑소(빽다방)의 협업 캠페인을 활용하여 브랜드 접근성을 강화한 방식을 설명했다.
이 글은 단순히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커피가 가지는 환기와 재생의 의미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조명하고자 했다. 봄과 어우러지는 노란색 컬러와 접근성 좋은 가격, 다채로운 메뉴와 재미를 주는 마케팅 전략까지. 소비자들이 커피를 통해 작은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순간을 담았다.
* 대학생 광고마케팅 잡지 콤마매거진 [Issue.53 향] 광고마케팅 기사 2p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