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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Nov 02. 2022

조금은 특별한 금연 예찬

담배


담배를 처음 피운 건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여느 고등학생과 마찬가지로 그냥 호기심이었다.

게다가 그때는 학생들도 손쉽게 술과 담배를 구입할 수 있었다.  

당연히 안 좋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친구 사이에서 도태되는 기분을 느껴 맛도 모르면서 담배를 피웠다.

그 후 군대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부대에서 일과시간 중간에, 또 훈련 도중에도 쉬는 시간이면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인원은 물주전자를 나르거나 하는 허드렛일을 항상 시켰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항상 있었다. 절대 담배에 중독된 상태가 아니고 항상 이유가 있었다.




항상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나를 볼 때마다 담배를 끊으라고 소리쳤다.

단순히 기침만 해도 담배를 피워서 그렇다고 하셨고 감기에 걸려도 담배 때문에, 배탈이 나도 담배 때문에,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도 담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담배를 싫어하셨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담배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힘들 때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는 친구 정도. 술을 마실 때 술을 더 빠르고 깊게 취할 수 있게 해주는 보조제 정도라고 생각하고 피워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는 사람은 바뀌어도 담배만은 내 옆에 있었다.

그때부터 아마 중독된 것 같다.



그러다가 지금은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결혼하면 끊겠다고 약속하고, 아이가 생기면 끊겠다고 또 약속하고, 그 후로도 새해가 되면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와 아내의 잔소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나의 흡연 생활에 대해  관심이 사라질 때쯤, 나는 금연을 결심했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의외로 건강 때문에 담배를 끊으려 하는 경우가 금연 성공률이 가장 낮다고 한다.

건강을 이유로 금연을 하다가 정신건강을 위해 다시 흡연을 해서가 아닐까?

내 경우는 몇 년 전부터 하나둘씩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우울감이 심하게 몰려왔다.

다행히 우울감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고, 그중 하나가 금연이었다.

뭐든지 해야 했고, 작은 성공이 필요했다.

작더라도 무언가를 이뤄내, 성공을 경험해야 했다.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작은 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일이 금연이다.


유튜버 ‘침착맨’이 그러더라.

 

모든 일 중에서 금연이 가장 쉽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금연이 유일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담배도 안 피웠다.

꼭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였을까. 이마저도 실패하면 자신에게 너무 실망을 할까 봐 그랬나.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금단현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대신 눈을 감고 있을 때 담배 피우는 꿈은 자주 꾸더라.

금연에 성공한 이 후로 많은 일을 시도했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금연은 나에게는 특별하다. 단순히 담배의 중독에서 벗어난 일이 아니다.


금연은 나의 패러다임을 바꿔 주었다.


나의 작은 성공이다.

이 작은 성공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책을 놓지 않는 독서가가 되었고, 브런치에 글도 쓰는 작가도 되었다.

꾸준한 운동도 금연 덕분이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금연이었다.

앞으로 내가 이뤄나갈 많은 일들도 금연 덕분이다.

작은 성공을 이루고 싶은 분들에게 금연을 강력히 추천한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고 끊어야 하나..

그냥 다른 걸 찾아보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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