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단상
가을이 올라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신발장 깊은 곳에서 레드윙 부츠를 꺼내어 왁싱을 한다.
가을이 오면 레드윙 부츠를 신는다.
레드윙 부츠는 바닥에 나뒹구는 가을이 뿌려 놓은 우울감에 걸려 넘어져도,
나의 발목을 튼튼하게 받쳐준다.
가을의 우울감 따윈 레드윙 부츠로 이겨낸다.
가을이 왔다.
아직 반소매를 입어도 춥지는 않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긴소매를 입는다.
그 가을이 주는 우울감 때문에 긴소매를 입는다.
반소매를 입으면 그 우울감이 나에게 들어붙어 떨어지지 않을 테니 긴소매를 입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