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제 오셨어요?”
“누구랑 오셨어요?”
“몇 명이서 오셨어요?”
누가 오든 이 네 문장으로 대화는 시작된다.
나이트클럽 이야기다.
요즘은 클럽, 헌팅 포차 가 더 많이 알려졌지만 1990년대, 2000년대에는 나이트클럽이 대세였다.
나는 여기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아주 추운 날로 기억되는 그날 친구 J와 그의 후배 K와 함께 대전의 둔산동에서 만났다.
당시 후배 K는 특전사에 근무하던 군인이었고 오랜만에 휴가를 나왔다며 형들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짠 듯이 그날은 K의 생일이었다.
친한 후배의 생일이라고 하니 그냥 삼겹살에 소주를 먹을 순 없다고 해서 우리는 큰맘 먹고 나이트클럽을 가기로 한 것이다.
“간단하게 밥 먹고 11시쯤 들어가자. 그리고 딱 1시에 나오는 거야!”
친구와 난 당시 적은 나이도 아니고 밤새 놀기엔 체력도 달리고 어둡고 시끄러운 것도 싫어했다.
순전히 25살짜리 후배 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우린 나이트클럽에 입성했다..
쿵쾅쿵쾅 들어가자마자 어둡고 시끄러운 길을 따라 부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나이트클럽에 들어섰다.
길도 잘 안 보이고 헤매고 있으니 웨이터가 와서 자리로 데려다줬다.
클럽 초짜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자연스러운 웃음과 함께 작게 접어놓은 만 원짜리 3장을 웨이터에게 쥐어줬다.
“ 잘 부탁해요!”
그 시절 나이트클럽의 꽃은 부킹이다.
’ 박찬호’ 이름표를 달고 빨간 반짝이 조끼를 입은 웨이터는 계속 여성분들을 끌고 왔다. 가끔 끌려가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지만 k의 생일을 위해, 옆자리의 여성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언제 오셨어요? 누구랑 몇 명이서 오셨어요!? 직업이 뭐예요!?”
어느 누가 옆에 오든 항상 같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두 시간 정도가 흘렀나. 이제 슬슬 지겨워질 때쯤 , 작고 귀여운 여자가 웨이터의 손에 의해 내 옆으로 끌려왔다.
키가 아주 작고 눈웃음이 매력적인 하얀 얼굴을 가진 여성이었다. 당연스레 의례적으로 술을 한잔 권했지만 그 여자는 술을 한잔도 못 마신다고 했다.
“술도 못 마시면서 여긴 왜 왔어요?”
“춤추러요”
여태껏 나이트에 춤추러 온다는 말은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만으로 공부했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했다.
시끄러운 나이트클럽에서도 그 여자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인지 똑 부러지게 할 말을 했고 그 모습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난 그날 처음으로 연락처를 물어봤다.
연락처를 받고 나중에 연락을 한다고 약속하고 우린 헤어졌다.
슬슬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는데 그 여자가 계속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혹시 지금 잠깐 얘기 더 할 수 있어요? ”
“ 지금 친구들하고 있어서 못 나갈 거 같아요. 나중에 봐요.”
왠지 지금 안 보면 나중에 못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기다릴게요. 밖에 차 안에서 기다릴 테니까 나오면 전화 좀 주세요. 그냥 뭐 잠깐이면 돼요.”
장장 3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린다고 하면 예의상 일찍 나올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기다릴 줄은 몰랐다고 한다.
“아! 아까 얘기를 많이 못 한 거 같아서.. 아쉬워서 한번 더 보고 가려고 기다렸어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나, 그냥 쳐다보더니
크게 웃는다.
“그냥 갔으면 어쩌려고 지금까지 기다려요?”
“안 갈 것 같아서 기다렸는데. 그냥 가려고 했어요?”
사로 한참을 웃고 나서 내가 물었다.
“내가 그쪽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나 한번 만나볼래요? 이거 물어보려고 기다린 거예요. 전화로 하면 좀 가벼워 보여서.”
”.. 생각해볼게요”
그리고 우린 1주일 후에 다시 만났다.
생각보다 많은 나이 차이와 생각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딱 1년 후 이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렇다. 그녀는 지금의 내 아내다.
나는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아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