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아미고 Nov 26. 2022

평생 기억에 남을 프러포즈를 선사하다.

호빗 하우스에서..


프러포즈의 위한 보라카이 여행 준비는 완벽했다.


예비 장인어른 모르게 떠나려 했던 우리의 해외여행은 그렇게 탄로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보라카이 여행을 떠났다.


대전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침 7시경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면세점은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었다.

보라카이 여행을 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가는 여정이 참 힘들다.

4시 30분 정도를 날아가 칼리보 공항을 도착하면 까띠끌란 선착장으로 버스나 픽업차량을 타고 2시간 가까이 이동한다. 그리고 또 10-15분 정도 배를 타고 보라카이 섬에 도착을 한다.

보통 숙소 위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또다시 보라카이의 항구에서 트라이시클을 타고 30분 가까이를 이동해야 이 여정이 끝이 난다.

보라카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당연히 알게 되는 사실이고,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여행을 떠나지만, 막상 이렇게 이동을 하면 힘이 들고 짜증도 나기 마련이다.

그 짜증을 참고 기다려야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를 만날 수 있다.





그날도 칼리보 공항에서 이동하여 도착한 까띠끌란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기다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인이었다.

우리 앞쪽에 앉아있던 부부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휴우… 아직 멀었어? 왜 이런 데를 오자고 해서 사람 힘들게 하냐?”’


“아니.. 자기야. 거의 다 왔어. 이제 배 타고 들어가면 보라카이야.”


“뭘 다 와! 배 타고 또 30분은 더 가야 된다며! 아 진짜 덥고 짜증 나네.”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해”


사실 나는 보라카이가 처음이 아니라 저런 광경은 익숙하다. 꼭 한 사람씩은 있었다.

만난 지 몇 달 안 된 우리 커플은 이 여정 또한 즐거웠다.

숙소에 체크인 시간이 조금 남아서 짐을 맡기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첫날부터 보라카이섬에 또 한 번 반해버렸다. 일단 프러포즈는 잠시 뒤로 미루고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자!

맛있는 음식! 다채로운 액티비티! 마사지! 클럽!



우린 보라카이를 맘껏 즐겼다!


어라라.. 그러나 보니 보라카이에서 떠나야 할 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프러포즈를 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여행은 프러포즈를 위한 여행이다. 여행 전 프러포즈를 위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준비를 했다.

여행 중간중간에 목걸이가 잘 있는지 확인도 했고 어디서 프러포즈를 하면 좋을까 잠깐잠깐 생각도 했다. 하지만 너무 신나게 놀다 보니 타이밍을 못 잡은 것뿐이다.


‘에이 뭐 보라카이니까 .. 해변에서 하지 뭐!’


beach....




그날 해변에서는 결혼식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성대하게..

저 결혼식이 끝나면 프러포즈를 해야 하나?


나의 프러포즈보다 저 누군가의 결혼식이 훨씬 더 기억에 남겠지.


프러포즈의 위해 이 보라카이까지 온 것은 꼭 ‘기억에 남는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서인데...


결국 마지막 날 나의 머릿속은 온통 프러포즈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오빠 뭐해? 무슨 생각해? 오늘 이상하다. 왜 그렇게 멍한 거야?”


“아니야 아무것도. 하하하하”


“우리 오늘 마지막 밤이잖아. 오늘은 늦게까지 놀자! “


”그래...!”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중에 디몰(Dmall)을 지나선 중에 어떤 Bar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음 뭐지?’


호빗 하우스!?



호빗 하우스라는 Bar에서는  일명 왜소증을 가진 점원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빛이 반짝 보이더니 나의 뇌가 급격하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호빗 하우스다! 이거다!

거기에 라이브 공연까지!

왜냐고? 왜 호빗 하우스냐고?


나의 여자 친구는 키가 매우 작다!


그렇다! 호빗!?


그 당시 난 정말 똑똑하지 못했다.


여자 친구가 키가 작은 것에 대해 콤플렉스가 전혀 없었고, 또한 나도 그녀의 작은 키가 매력이라고 생각했고 항상 그렇게 말해왔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키 작은 여자 친구키 작은 호빗 점원들이 있는 호빗 하우스에서 프러포즈를 받는다면 평생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생 기억에 남는 것은 지금까지도 성공한 듯하다.


자기야! 여기 봐봐!
너처럼 키 작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 이래!
어때?
좀 친근함이 느껴지지 않아?


!!!!!!!


“음…………”


늦은 저녁이라 어두웠고 라이브 카페라 그런지 번쩍이는 조명 때문에 여자 친구의 표정을 잘 볼 수 없었다. 프러포즈를 생각하느라 혼자 들뜬 나머지 그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긴장한 탓에 위스키를 스트레이트 잔으로 두 잔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프러포즈를 했다.


한국에서 써 온 편지를 읽고, 준비한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다.




“결혼하자”



그런데 여자 친구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둡고 시끄러운 탓인가 싶어서 난 곧바로 다시 되물었다.


“결혼하자고! 자기야 뭐해? 설마 우는 거야?”


이것이 말로만 듣던 감동의 눈물인가?

여자 친구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그렇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크큭.. 크.. ……ㅋ…”


“뭐야? 우는 거 아냐? 웃는 거야?”


“오빠.. 프러포즈 너무 고마워..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저번에 그랬지? 평생 기억에 남을 프러포즈..

그리고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프러포즈를 한다고 했지?

그래!!! 평생 기억에는 남을 것 같다!!

그런데!!! 호빗.. 음.. 그래..

호빗 하우스에서 나 키 작다고!

호빗 점원이랑 사진 찍고!

프러포즈받았다고 누구한테 얘기하냐고!!

돌았냐?!!”


웃으면서, 그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이야기를 해서 감동을 한 건지 화를 내는 건지 약간 헷갈렸다.

울면서 웃고 있었던 걸까?

아무튼 기분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프러포즈를 받았는데 기분이 아주 날아갈 듯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남의 속도 모르고 나는 프러포즈를 받고 울지 않았다며 너무한다고 쓸데없는 말을 더했다.

여자 친구의 알 수 없는 그때 그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프러포즈의 밤, 그리고 보라카이의 마지막 밤을 그렇게 지나갔다.





프러포즈는 대성공이다.
아무튼 그녀는 내 프러포즈를 받아줬다.
그리고 난 그녀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프러포즈를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