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넘기는 방법
드디어 결혼을 하긴 하나 보다.
다음 해 5월 17일 우린 결혼을 하기로 했다.
천천히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을을 맞았다. 신혼집은 원래 살고 있던 곳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결혼 후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식장도 보러 다니고, 신혼여행지도 같이 고민하며 즐거운 결혼 준비를 했다. 이렇게 결혼 전까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 준비가 그렇게 쉬운 일을 아니었다.
결혼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쉬는 날마다 나가서 결혼에 대한 결정을 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겨울이 왔고, 여자 친구는 갑자기 웃음기를 잃어갔다.
만나서 데이트를 할 때에도 평소 같지 않고,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오빠. 그런데 결혼하면 엄마랑 아빠랑 자주 볼 수 있겠지? “
”무슨 소리야. 우리 집에서 처갓집까지 30분밖에 안 걸려!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갈 수 있지! “
그리고 어느 때는,
” 오빠 근데 우리 엄마네 집 근처에서 살면 안 돼?”
“아 이제 와서.. 그렇게 하기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여기 오빠 집이잖아. 뭐 세 들어사는 것도 아니고.. “
“그렇지?”
“그래 나중에 기회 되면 그렇게 하자! ^^ "
그리고 설마 했던 그 말을 꺼냈다.
“ 오빠 그런데 우리 결혼 좀 미루면 안 되겠지?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아니 나 아직 박사학위도 못 땄고, 생각해보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아...”
“자기야. 내가 너 공부하는 거 다 도와준다고 그랬잖아. 그리고 하고 싶은 거 얼 미든지
해도 돼. 결혼해서 나랑 같이 하는 게 훨씬 좋지. 결혼 몇 달 남지도 않았는데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런 건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랑 결혼하기 싫은 건가? 겨울이라 그런 건가?
“사실 엄마랑 아빠랑 떨어지는 것도 싫고, 부모님 없이 오빠랑 앞으로 둘이서 산다는 게 갑자기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 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님이 도와주시기도 했고, 아직 나는 나이도 어리고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까..
사실 말은 안 했지만 나도 지금 그런 기분인데.. 그냥 유부남이 된다는 게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야! 나도 그래! 너만 그런 줄 알아!'
이렇게 할 수 도 없다.
우리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메리지 블루!
결혼 전 우울증 > 일본 자가 유이카와 게이의 소설 제목에서 유래된 말로 결혼 전 남녀들이 겪는 심리적인 불안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해 나타나는 우울감을 뜻한다.
일단 여자 친구의 이 우울감의 정확한 원인이 뭔지 궁금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가져다 줄 불안감 때문인 건지, 아니면 정말 부모님보다 내가 못 미더워서 그런 건지, 그냥 아직 유부녀가 되지 싫은 건지 말이다.
"지금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결혼을 미룬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다시 결혼을 엄청나게 하고 싶게 만들어줄게! 같이 생각해보자!"
"몰라 그냥 그래. 그럼 당분간 집에 일찍 들어가서 부모님이랑 같이 좀 있을게.."
"알겠어. 그럼 그렇게 해.^^"
집에 와서 그날부터 이놈의 메리지블루를 떠나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친구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결혼이 겁나게 좋은 거라고 느끼게 해 줄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음.. 결혼이 좋다는 거짓말을 어떻게 잘할 수 있냐는 거지? 하하"
"뭐 그래^^;; 어쨌든 말이야.. 요즘 여자 친구가 되게 우울해하고 결혼을 꼭 지금 해야 하나. 이런 말까지 한다니까"
"음 심각하고만. 일단 뭐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다 해봤을 거 아냐?"
"그렇지. 아니 모르겠네. 내가 뭘 해줬는지.. 그냥 기분 좋게 해 주려고 노력한 거지.. "
"음.. 혹시 이 방법 써봤냐?^^ 속닥속닥"
며칠 후 오랜만에 여자 친구를 만났다. 우울한 기운을 풍기며 다가오는 여자 친구. 진심으로 그녀 주변의 공기는 이틀 정도 묵힌 멍자국 같은 색깔로 보이는 정도의 우울함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본 여자 친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멋지게 쇼핑백 하나를 꺼냈다.
"자기야 아직도 기분 우울한 거 알아. 그냥 이거 선물 하나 준비했어"
친구 녀석이 조언해 준대로 명품가방을 준비했다!
'친구야! 선물이야! 여자는 선물이야아아.....'
여자 친구 주변의 공기 색깔이 조금씩 밝아지는 걸 느꼈다.
"자기야! 결혼하면 내가 매년 하나씩 사줄게!!!!"
사실 명품가방 하나로 메리지 블루를 극복했겠어요?
서로 현명하게 상황을 대처하여 '메리지 블루'를 극복했다.
재미를 가미해서 쓴 글이지만 솔직하게 '명품가방'도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매년 사준다고 약속했던 '명품가방'은.....
미안해.. 자기야..
내년에.. 노력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