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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Dec 07. 2022

절대 잊지 못할 신혼여행지에서의 사건


다행히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고 결혼에 골인을 했다.  짝짝짝




결혼식에서도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앞으로 나올 이야기에 비해 정말 작은 사건이다.

웨딩카를 해주겠다는 친구 녀석이 결혼식 30분 전까지 연락이 안 되질 않나, 결혼식 화환이 넘어져서 하객이 다치질 않나…

하지만 결혼식이 시작하고 나서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정말 다행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긴장을 했다.

그렇게 결혼식을 마치고 아내는 머리에 꽂은 머리핀도 다 빼지 못하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신혼여행은 몰디브로 떠났다.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일정이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정신없이 인천공항으로 향해 도착하자마자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도착해서 6시간을 대기해서 하는 상황이라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는 싱가포르 공항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기분도 말이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상태는 말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좋음’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몰디브다!

작고 허름한 공항에서 나와보니 나와 아내의 이름이 쓰여있는 피켓을 든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20~30분 기다렸나 보다. 스피드보트를 탄다기에 선착장이 어디지? 했는데 공항 바로 옆이었다. 선착장으로 스피드보트를 타러 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우리를 포함해서 총 5팀이었다. 그리고 서로 피곤했는지 대화 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나 옷차림이 짐작컨대 모두 한국에서 온 신혼부부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말을 걸어나 인사를 주고받지는 않았다. 몰디브라는 곳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다른 패키지여행과는 달리 서로 같이 하는 일정 자체가 없는 여행이기에 따로 인사를 한다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코코팜 보두히티 리조트로 출발을 했다. [지금은 코코 보두히티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이 아름다운 선착장에 도착하니 목에 레이(하와이안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한국인 여성 가이드께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아주 해맑은 목소리로

“여기는 코코팜 보두히티 리조트입니다. 모두들 비치빌라에서 3박을 하시고 워터빌라에서 3박 하는 일정으로 오셨네요. 여기 조금 걸어가시면 비치빌라가 나오는데 저희 직원들이 짐을 옮겨드리면서 안내해드릴 거예요. 블라 블라…”

 그리고 가이드는 무슨 말을 하려고 이 말을 꺼냈나 모르겠는데


“(다 알고 있는 듯이) 여기 모두 한국에서 오신 신혼부부들 맞으시죠?”


“네!”

그런데 우리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나와 아내를 가리키며

“그런데 저분들은 중국 사람인 것 같아요!”




네? 에?? 뭐????!!!??

나와 아내는 서로 싱가포르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느라 가이드가 한 말을 듣지 못해 대답을 하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하필이면 그때 입었던 옷이 새빨간 티셔츠에 하얀 바지를 입고 있어서였을까?

1초. 2초. 3초.

이 상황에서는 뭐라고 해야 하지? 중국어를 해야 하나? 중국어를 모르는데?


“ 아뇨, 저희도 한국사람이에요!”


몰디브에서 한국인에게 중국인이라고 오해를 받다니.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장난 같은 건가? 아니면 인종차별인가? 아니지. 저 사람도 나랑 같은 한국사람이잖아. 하하하 여긴 누가 봐도 한국사람들만 있잖아요.

그 남자는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우리가 빨간 옷을 입고 너무 말을 안 해서 중국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게 말이 되냐?


‘아 장난이 아니고 진짜였구나.’

“미안해요. 어떡해요”

옆에 있던 그의 아내까지 합세해서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그만 사과하세요. 그게 날 더 창피하게 한다고요.’

전 중국인처럼 생기진 않았습니다. (이것도 인종차별은 아닙니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은(심지어 나의 아내조차) 유쾌해했지만, 나는 불쾌했다.

‘그래 나만 불쾌하면 되지 뭐.’


한바탕 사과를 받았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200m 정도 떨어져 있는 비치빌라를 향해 우리 다섯 팀은 걷기 시작했다. 2~3미터 간격으로 부부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서 이동했다.

바로 앞에서 걷고 있던 그 ‘나에게 중국인이라고 소리쳤던’ 남자는 자꾸 나를 돌아보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또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얼렁 가세요. 괜찮아요.”

‘그냥 가라고, 그만 돌아보고 가라고요. 그게 더 창피하다고 이 사람아.”

약간 불쾌했지만 여긴 몰디브였다. 즐겁다. 즐겁다. 이곳은 몰디브다!





‘그래. 어차피 마주칠 일도 없고, 재밌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하자. ^^’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사지를 받으러 마사지샵으로 걸어갈 때도 마주쳤고, 리조트의 기프트샵에 갔을 때도 마주쳤고, 아침이고 점심이고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마주쳤다. 마주칠 때마다 그 남자는 날 보며 눈으로 사과를 했다.

‘그만해! 미안해하지 마. 제발..

몰디브에서의 6일 동안 매일같이 그 남자를 만났다. 지금 되돌아보면 아주 재미있는 해프닝이다. 아직도 가끔 그때 일을 떠올리면 얼굴이 빨개지곤 한다. 하지만 잊히지가 않네. 그 남자의 얼굴도 아직 생생하다. 그 사람도 날 잊지 않았겠지. 지금도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생각이 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생 잊지 못하겠지. 2016년 5월 17일에 코코팜 보두히티로 신혼여행을 온 그 남자를 보고 싶다.

잘 살고 있죠? 당신 덕분에 신혼여행의 기억이 더욱더 생생합니다. 너무나 고맙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를 평생 아픕니다.^^




 에피소드는 예전에 한번 올렸던 글을 다듬어서 다시 올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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