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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뉴 Feb 16. 2024

지루할 틈 없는 60부작, <자이언트>

* 방영 기간: 2010. 5.10. ~ 2010. 12. 7.(총 60부)

* 방영 채널: SBS

* 장르: 시대극(정치, 경제, 복수, 사랑. 최고 시청률 40.1%)

* 시대적 배경: 1969년 - 2010년

* 주 시청 경로: TV로 본방 사수


부동산 가격이 전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큰 힘이자 관심사인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시장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강남의 발전을 빼놓고 현대사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강남개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자이언트>는 그 소재부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격동의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몹시 구미가 당길 만한, 매력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SBS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며 만들어진 이 작품은,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후반부터 40년에 걸친 기간을 배경으로, 세대를 이어 얽히고설킨 주인공들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

방영시간이면 거리에 지나다니는 인적조차 드물게 만들었다는 <모래시계> 이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그러했기에, 나는 젖먹이 아이를 품에 안고서도 본방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24시간 거의 쉼 없이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고단한 일상에서 유일하게 휴식과도 같았던, 나를 위한 순간이 바로 <자이언트>를 시청하던 한 시간 남짓이었기 때문이다.



<자이언트>는, 주인공의 욕망을 이끌어내는 가장 큰 요인인 '분노와 복수심'이 그 결실을 맺기까지, 또 다른 욕망에 사로잡힌 정치권력, 건설업계와 그들을 뒷받침한 그림자 세력들의 이야기를, 60부의 대하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흥미롭게 펼쳐낸다. 강남 개발의 큰 수혜를 입었던 대통령이 권력을 잡고 있었던 2010년 당시, 멋지고 화려한 마천루 뒤에 숨어있는 더럽고 추악한 개발의 이면을 보여주는 드라마였기에 방영 이전부터 말들이 무성했지만,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결코 무색하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서사를 보여준 작품이다. 엎치락뒤치락 오가는, 역동적이고 촘촘한 갈등구조와 조필연이라는 절대악의 존재는, 반년 넘는 기간 동안 드라마가 탄탄한 박진감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발군의 역할을 했다.





1. 인물

<자이언트>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스타로 등극한 배우 김수현, <해를 품은 달>로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멋진 성인 배우로 자라난 배우 여진구, 얼마 전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남지현의 아역 시절 모습과, 직전에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어리숙한 가장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던 정보석이 역대급 악역인 조필연으로 열연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아역과 성인역의 연결이 매끄럽고, 연기 또한 모두 훌륭하다. 성인 역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8화 이전까지 등장한 아역들이 드라마 서사의 기초를 잘 다져준 덕분에 그 이후 작품이 더 단단하게 뻗어나갈 수 있었다. 여진구는, 총명하고 생활력 강하며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갖춘, 선과 악을 오가는 입체적 캐릭터인 이강모를 잘 구축해 주었고, 김수현은, 비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상남자, 이성모의 아역에 그보다 더 적확한 이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빈틈없이 녹아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한 인물은 조필연(정보석)과 성인 이성모(박상민)이다. 다른 의미에서 둘 다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악랄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독특한 말투의 조필연 역할의 정보석은, 그가 그해 SBS연기대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개탄할 지경으로 완벽하게 캐릭터에 빙의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인 이성모 역의 박상민은,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 기름기 번들번들한 '포마드 스타일'의 머리와 그가 차고 있던 큼지막한 손목시계마저 멋있어 보이게 만들 정도로, 중앙정보부 요원 역할을 멋들어지게 완성해 냈다. 이번 연재 때문에 작품을 되짚어보던 나는, 1회 차 시청 때보다 더 깊이 그의 역할에 빠져든 바람에, 요즘 텔레비전에서 볼 수 없는 그의 소식이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이킥의 '주얼리정'은 어디로? 역대급 악역, 조필연으로 열연한 정보석
남자가 봐도 멋지다는 상남자, 이성모 역의 박상민

2. 줄거리

어린 시절, 이강모와 이성모의 아버지는, 금괴 밀수를 하려는 공무원들의 계획을 엿듣고 이를 보안반장인 조필연에게 신고한다. 그러나 부패한 보안반장인 조필연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금괴를 낚아채고 강모 아버지를 제거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이성모와 그의 가족은 조필연 일당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도망 다니는 과정에서 형제는 어머니(윤유선)마저 사고로 잃고 만다.


부모님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형제들마저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지만, 서로를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과, 부모님을 죽게 한 자를 향한 복수심으로 버텨낸 형제는, 영민함과 생활력을 무기로 밑바닥의 삶에서 한 계단 한 계단 상층부를 향해 올라간다. 이후, 운명과도 같은 우연이 형제를 다시 한 곳으로 모이게 하고,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복수를 꿈꾸게 된다. <자이언트>는 이 모든 과정을, 야심과 오만과 사리사욕으로 점철된 강남 개발의 역사에 정교하게 꿰어 넣어, 온갖 인간 군상들의 더러운 욕망과 함께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욕망의 역사에 휩쓸리기 전, 주인공 이강모(여진구) 이성모(김수현)의 단란했던 가족

3. 사랑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러브라인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주인공 이강모(이범수)와 황정연(박진희)의 동지애와 이성애가 혼재된 사랑. 두 번째는, 복수심마저 보듬어 안으며 펼쳐진 조민우(주상욱)와 이미주(황정음)와의 사랑이다. 사뭇 다른 느낌의 사랑을 보여주는 커플이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애틋함은 다르지 않다. 수십 년을 걸쳐 더디게 완성되는 그들의 사랑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사랑의 서사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이후로 사랑 얘기에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 나이지만, 이들의 모습에는 끝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야 말았다. 특히, 주상욱의 눈물 어린 애절한 연기는, 나 같은 여성 시청자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필살기’와도 같이 다가왔다.

때론 든든한 동지처럼, 때론 애틋한 연인처럼
그렇고 그런 실장님과 신데렐라 사이가 아닌, 내가 저들이라도 사랑에 빠졌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커플

4. 복수 

조필연은, 그로 인해 부모님을 잃은 이강모 형제의 일평생 복수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복수의 양상은 형제마다 판이하게 나타난다.


차남 이강모(이범수) - 힘없는 소년이었던 어린 이강모에게 권력의 힘을 가진 조필연은 맞설 수 없는 '자이언트'와도 같았다. '중꺾마' 정신으로 똘똘 뭉친 강모는, 오랜 세월을 인내하며 그 자신이 자이언트가 되어 아버지의 원한을 갚으려 한다. '버릴 건 버리되 당당하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 채 살아가며,  

 "힘은 돈에서 나온다.. 돈으로 남의 것을 빼앗고, 빼앗은 걸로 또다시 돈을 버는 세상... 다시는 내 것을 뺏기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냐?'는 조필연의 물음에 아래와 같이 답한다.

  "(내가 이길 거다) 나는 당신들처럼 비겁한 수단을 쓰지 않을 거니까. 정정당당한 게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 곧 알게 될 거야"(30화)


마침내 복수의 그날, 이제 그 자신이 자이언트가 된 강모는, 추악한 욕망에 찌든 늙은이가 되어 버린 조필연 앞에서 나지막하게 말한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여긴 좀 더 사람들이 살 만한 도시가 되었을 거야. 당신들이 망쳐놨어. 개발이니 발전이니 떠들어대면서 사리사욕을 채우느라..."(마지막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자신의 손에 더러운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복수의 대서사시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죄악과도 같은 욕망에 굴복한 삶을 살아왔던 조필연은, 자신을 바라보며 정의로운 복수의 완성을 기다리는 강모 앞에서 끝내 자멸하는 길로 향한다.


장남 이성모(박상민) - 성모에게 자신의 인생은 없었다. 동생인 강모와 미주는 짝꿍을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만, 성모는 일평생 오롯이 혼자였다. 그의 삶은 오직 조필연을 향한 복수심에 온몸을 내어주었다. 이런 그에게 연인과의 사랑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다. 복수는 그의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었다. 오랜 세월 복수의 날만을 위해 달려온 그는 그러나 결국, 자신의 절절한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서글픈 생을 마감한다. 그의 삶을 지켜보며, 비극적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슬픔이 참으로 강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품의 결말은 분명 비극이 아님에도, 어쩐지 <자이언트>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려온다. 슬픔의 여운이 기쁨의 크기를 압도하는 것 같달까.


막내 이미주(황정음) -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지 못한 미주는, 오빠들에 비해 복수심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미주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고통스럽고도 괴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가 선택한 마지막은 처절한 복수가 아닌, 한 남자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복수심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것이었다.



5. 장면들

<자이언트>는 마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긴박감 넘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60부 곳곳에 적절히 배치된 이러한 장면들은, 작품이 지니고 있는 긴장감에 기막힌 양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씬은 모스 부호를 활용해 '한 단어'로 절묘하게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장면(34화)과, 과일의 개수를 통해 비밀 정보를 전하는 재래시장씬(40화)이다. 그 외, 장미꽃으로 건네는 암호, 서점의 책을 활용한 첩보씬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재래시장 씬'.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지점이다.

6. 기타

<자이언트>에는 역사적 뒷 이야기가 가득하다. 군부독재시절 정치판, 야쿠자 세계를 닮은 사채시장, 007 가방 속 돈다발이 오가는 정경유착, 80년대 연예계, 대규모 개발과 연관된 건설업계 비리, 살벌한 언론통제, 남영동 대공분실의 피맺힌 어둠 등...

또한 이국의 드넓은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개발 초기 강남을 배경으로 흐르는 장엄한 음악과 대서사가 있다. 등장인물의 수를 세기가 힘들 정도지만, 결코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자이언트>는 시청자의 집중력을 꽉 붙들어 쥐고 흙냄새 폴폴 나는 본격개발시절의 강남으로, 피비린내 나는 삼청교육대로, 정치인들의 은밀한 대화가 오가는 룸으로 종횡무진한다.

묵직한 드라마지만, <자이언트>에는 코믹한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도 있다. 강모가 이끄는 (주)한강건설의 직원, 박소태(이문식)와 남영출(송경철) 간의 웃음 유발하는 케미를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자이언트>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랑이 엮인, 40년에 걸친 개인적 복수의 역사다. 한 사람의 성공에 분노와 복수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보게 하는 동시에, 이 나라의 발전에 얼마나 추악한 욕망의 이야기들이 숨어있는지 자각하게 한다. 다수 서민들의 희생을 딛고 선, 소수 가진 자들의 사리사욕이 만들어낸 뒤틀린 역사가, 2024년에도 여전히 국민의 삶을 좌우하고 있는 이곳에서, 개인의 욕망과 사회의 발전,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드라마의 마지막. 절대악으로 군림하며 힘없는 서민들을 마음껏 짓밟았던 조필연은 결국 그가 평생 꿈꿨던, 거대한 회색빛 콘크리트의 숲으로 둘러 싸인 도시 속에서 비뚤어진 야욕의 끝을 맞이한다. 폭주 기관차처럼 멈출 수 없었던 한 인간의 욕망은, 죽음이라는 신의 섭리를 빌리고서야 비로소 제동이 걸린다. 동전 한 닢 취할 수 없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차마 욕심을 떨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분노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마침내, 끝없이 추락하는 절대악의 파멸을 지켜보며 나는 안도했지만, 차마 마음껏 기뻐하지는 못하였다. 끝내 '정정당당한 복수'를 이뤄낸 주인공을 앞에 두고 그저 가벼워진 마음으로 박수를 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악랄한 '자이언트'가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주인공이 견디고 버텨야 했던 4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드라마 <자이언트>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강남 개발에 관한 사실 10가지 =

강남 개발 이전과 이후 달라진 서울의 경계

1. 처음 강남은 영등포의 동쪽이라고 하여 '영동' 지역으로 불리었다. 따라서 강남 개발이 아닌, '영동 개발'이라고 지칭되었다고 한다.


2. 강남 개발 이전에는 '서울'이라고 하면 강북을 일컬었고, 강남은 일반 가정에 전화기는커녕 지역 전체에 공중전화 한 대도 없는 시골 깡촌이었다. 그리하여 강남에 살던 주민들은 강북에 살던 사람들을 가리켜 '서울 사람'이라고 칭하며 부러워했다고 한다.


3. 강남 개발은, 서울(지금의 강북)로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일환이자, 정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권의 욕망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특혜를 통한 강남개발로 '현대건설' 등의 건설회사들이 막대한 부를 형성했고, 그 돈이 유신시대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다.


4. '땅 투기'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곳이 강남이었다. 강남 개발 당시 복부인과 부동산 투기꾼이 활개를 쳤는데, 이들은 자기들끼리 땅을 사고팔면서 값을 억지로 끌어올렸다.(영화 <강남 1970>에서 민마담(김지수)이라는 인물을 통해 볼 수 있다) 주가조작 세력의 '통정매매'와도 같은 수법이 등장한 것이었다. 악랄하게 머리 굴리는 '있는' 인간들 때문에 소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5. 강남의 '봉이 김선달'식 개발은 '과잉 개발과 이득 쟁탈전'을 불러일으켰고, 지금 우리는 그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도 강남개발이 그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6. 강남개발 당시 정부는 아파트 이름을 한국식으로 짓도록 압력을 넣었고, 이에 따라 '개나리 아파트', '진달래 아파트', '은마 아파트' 등의 이름이 탄생했다. 현재의 아파트 이름들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판이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다.


7. 강남 아파트 분양 당시, 폭발적으로 느는 인구를 억제하고자 정부는 '불임 수술자 우선 제도'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정관수술을 받은 이들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우선적으로 준다는 내용이었다.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21세기의 시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8. 초기 강북민들을 강남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정부는 휘문고, 경기고 등의 명문학교들을 강남으로 강제 이동시켰고, 이는 지금의 강남을 탄생시킨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역시,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그 어떤 것보다 위세가 대단한 것 같다. 여기에 강북 지역을 '그린벨트'라는, 그 당시 신개념을 적용해 개발하지 못하도록 묶어둠으로써 자본이 강남으로 몰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탐욕이 만들어낸 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좁은 국토의 자연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는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그린벨트들이 속속, 조용히 풀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우려스럽다.


9. 강북에 있던 법원과 검찰의 서초동 이전으로 그 주변은 자연히 법조단지가 형성되었고, 강남은 정치적이고 보수적인 지역이 되었다. 그 당시 형성된 보수적 분위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0. 군부독재시절이었던 당시, 군 출신이었던 '이준'은, 끗발 날리던 중앙정보부와 주한미군의 인맥을 활용해 서초동 일대 땅을 사 엄청난 부를 축적했는데, 훗날 이 땅에 이준에 의해 1995년에 무너진 '삼풍백화점(현재 아크로비스타가 들어선 자리)'이 지어졌다. 1987년 지상 4층으로 건축 승인이 났던 삼풍백화점은,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편법적 승인을 등에 업고 용도변경을 통해 여러 번 '증축'을 감행했고, 이는 후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의 원인이 되었다. 이준 회장은, 황석영의 소설 <<강남몽>>의 등장인물 '김진' 회장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및 참고 도서:   

<<강남의 탄생>> (한종수, 강희용 저)


* 그동안 '0010 드라마 보던 풍경' 금요연재를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다른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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