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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치킨 Dec 15. 2017

스토리 텔러로서의 작곡가

건반 위의 하이에나 리뷰


건반 위의 하이에나에 출연한 작곡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종신, 정재형, 펜타곤 후이, 그레이)

요즘은 특정 장르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아마 ‘관찰 예능’의 인기에 힘입어 평소에 보기 힘들지만 대중적인 소재를 골라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건반 위의 하이에나도 정재형, 윤종신, 그레이, 후이 네 명의 장르도 나이대도 제각각인 작곡가가 각자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각자 작곡의 영감을 얻고 이를 음악으로 풀고 가수와 맞춰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이때 까지 가수의 시점으로 음악을 녹음하는 과정은 많이 봤지만 작곡가,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노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보편적으로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담보로 하고 있기에 음악 예능의 새로운 시점과 토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일럿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은 일회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매번 나와서 자신의 음악을 마치 자판기 뽑듯이 소비하는 것을 출연자도 원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뽑아져 나오는 음악에 매번 대중이 관심을 가질 요소가 어떤 게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 두 번은 작곡가의 감각과 생각이 담겨 신선하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겠지만 지속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매번 다른 작곡가가 나와서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 부분은 기존의 음악 예능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게다가 이미 음악 예능이 쏟아져 나온 시점에서 방송에서 언급되었다는 점만으로 해당 음원이 음원차트를 휩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음악 예능의 화제성을 비집고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는 요소가 약하다. 음악과 예능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대중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과연 이대로 지속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10월 9일에 발표된 음원 성적이 대중의 관심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유명 작곡가를 내세웠지만 그 뿐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재 예능 장르의 대세가 ‘관찰’이긴 하지만 그 기저에는 ‘공감’이라는 감정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출연자나 프로그램의 방향에 공감할 때 성공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과감히 ‘관찰’ 요소의 비중을 축소하고 ‘토크쇼’의 비중을 늘려 기존 KBS의  ‘안녕하세요’나 라디오의 포맷을 빌려오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작곡가들이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보내온 시청자의 사연을 골라 해당 사연을 소개하고 이에 맞는 음악을 제작해서 들려주는 방식은 어떨까. 기존의 사연으로 2주 만에 작곡 한다는 점에서 완성도나 영감의 신비함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보고 듣는 시청자의 공감을 담보로 제작한다면 프로그램 한 편 한 편에 스토리텔링에 힘쓸 수 있고 같은 작곡가로도 새로운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또한 듣는 사람의 공감을 기대해 만드는 장르이기에 이 방식을 잘 살리면 심야 시간대에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웰메이드 음악 예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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