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연애 리뷰
그동안 예능이 드라마 포맷을 빌려오는 일은 비일비재 했다.
실제로 콩트 장르는 각종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적으로 사랑받았고 시트콤도 예능과 드라마 사이를 넘나드는 장르다. 예전 MBC 황금어장이나 SBS 반전 드라마는 실제로 드라마 장르를 활용해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때문에 모두의 연애가 드라마 장르를 차용했다는 점은 신선하지 않다. 특히 연애 프로그램 안에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관점에서 모두의 연애의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프로그램의 광고나 홍보성 멘트 혹은 포스터만 봤을 때는 신동엽, 성시경, 마이크로닷의 역할이 궁금했었다.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연애상담을 해 주었던 마녀사냥을 생각나게도 했다.(제작진도 이를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세 MC의 역할이 기대만큼 재밌지도 크지도 않아 실망스러웠다. 성역 없는 토크로 그 수위를 넘나들며 웃음 코드를 잡으려고 했다는 요소만 빼면 세 MC로 부터 실질적인 연애 상담을 기대하기에는 극 속에 갇혀있는 그들의 역할과 그 상담을 받는 주인공의 역할이 애매했다. 그저 진지하게 고민하는 주인공 앞에서 농담 따먹기나 하는 아저씨들처럼 비춰질 수 도 있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의 자아나 결정에 맞서 적극적인 결정을 유도하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드라마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가 느껴졌다. 오히려 드라마에 집중을 방해하는 지점이 되기도 했다. 각자의 역할에 갇혀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연애상담이 불가능 하다면, 그렇게 상담해도 결국 주인공을 그려낸 대본대로 다음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면, 사실 세 MC가 상담할 이유도, 시청자가 이를 드라마가 아닌 예능으로 볼 이유도 없었다. 그게 바로 이 모두의 연애가 드라마라는 장르에 갇혀서 생긴 딜레마라고 여겨졌다.
유일하게 모두의 연애가 다른 드라마 포맷을 빌려온 다른 예능과는 다른 점은 그 속의 이야기가 연속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다음 화를 위해 각 캐릭터는 속박될 수밖에 없고 MC도 상담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MC는 주인공의 선택에 약간의 개연성만 부여해주는 역할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이 사랑과 전쟁의 연애 판이라고 평한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드라마 속 주인공이 극의 밖으로 나와 상담 받는 방식이면 어땠을까.
우리가 연애상담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나와 비슷할지도 모르는 연애 이야기에 대한 제 3자의 시선과 썰이 재밌기 때문이다.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효과 때문에 우연적인 갈등과 주인공의 어이없는 실수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지만 그런 ‘고구마’ 상황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제 3자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번에는 그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극 속에서 나와 시청자를 대변한 MC들의 연애 상담을 받는 컨셉이 모두의 연애와 잘 맞지 않을까. 훨씬 감정이입 하기도 MC의 능력이 훨씬 잘 발휘될 수 있는 지점일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상담과 시청자의 선택이 곧 주인공의 선택이 되고 그 선택에서 발생된 갈등 상황을 해결하게 되는 방식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여기서 MC의 역할은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두 선택 사항에 대해 해설하고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주인공에 감정이입한 시청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 선택의 연속을 통해 그들의 연애가 시청자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측 불가능하지만 결국은 모두의 연애가 될 수 있는 롤플레잉 게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남겨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모두의 연애는 주위에서 있음직한 상황을 연작물로 연출하여 이에 대해 연애전문가인 MC들이 상담해 주는 컨셉이다. 하지만 MC들의 조언은 드라마라는 장르에 갇혔고 결국은 주인공과 작가에 의해 진행되는 드라마가 되었다. 기존 드라마에 비해서는 그 연출이나 스토리가 다소 싱거운 이 모두의 연애가 과연 콜라보 장르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신선함을 포장해서 나온 포맷이 결국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한 줄 평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으나, 공감의 지점을 MC의 토크에서 찾을지 아니면 스토리에서 찾을지가 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