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온도 리뷰
이런 시사 토크쇼가 있을까. 처음 판결의 온도를 봤을 때 파격적이란 생각과 더불어 요즘같은 분위기에 꼭 필요한 토크쇼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내려져 왔던 판사의 판결에 딴지를 거는 토크쇼.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법문을 자세하고 쉽게 해석해줄 토크쇼가 우리에겐 필요했다. 때문에 이 토크쇼의 티저를 처음 봤을 때 기대감이 컸다. 어떤 판결에 딴지를 걸어줄까. 어떤 내용들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을까. 다 보고 난 뒤 현재는 구성에서 2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첫째. 현안을 정면 돌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첫 화에서 다뤘던 버스기사 2400원 횡령 사건과 2화에서 다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둘 다 들어본 적이 없거나 들어봤어도 심리적 거리상 훨씬 예전의 사건들이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기대했던 건 현재 국민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판결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공신력있는 지상파에서 요목조목 대변해주길 바랬다. 또 그렇게 판결이 내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재판부의 친절한 변론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 화에서 나왔던 2400원 횡령 사건은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긴 했지만 첫 화에서 내세울만한 주제 치곤 약했다. 물론 대기업의 횡령 사건과 더불어 형평성 문제로 같이 다루려고 했던 의도는 보였으나 그 주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과 롯데 신동빈 회장의 판결이 났던 걸 생각한다면 지금 가장 핫한 판결 주제는 아닌 것이다. 블랙하우스 파일럿 1편에서 강유미의 다스는 누구꺼입니까? 인터뷰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약한 시작임에 틀림없다. 판결의 온도는 포맷과 구성상 JTBC의 썰전과 SBS의 블랙하우스를 뛰어 넘을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지금 이슈되는 사건들이 대부분 법과 관련되어 있으며 현재 국민 정서상 가장 민감한 형평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겨졌던 판결에 대해 판사가 직접 변호하고 국민 통념에 대해 시원하게 말해줄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가장 핫한 판결을 뒤집어보고 성역 없이 꼬집어 보기를 기대했지만 초반의 주제는 확실히 이목을 끌기엔 약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패널의 구성이었다. 패널 구성이 다양하게 들어오고 다양한 관점에서 판결을 뜯어 보는 것은 좋았으나 법조인이 2명일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차라리 법을 해석하는 법조인 1명과 법을 직접 만드는 국회의원 1명을 두고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법과 법의 맹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논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정당한 처벌을 내리는 법과 재판에 대해 국민적 의심이 커진 게 사실이다.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부와 법무부에도 따끔한 일침을 가할 창구가 필요했다. 이런 점에서 판결의 온도는 법을 통해 사회의 여러 면모를 뜯어 볼 수 있는 일당백 프로그램임에 틀림없다. 좀 더 정면돌파를 해서 화제성과 시청률 둘 다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