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정 Aug 17. 2015

스스로 대접할 줄 아는 사람-



                                                                                                                                                                                                                                                                                   


 "너 오늘 왜 이렇게 예뻐?"라는 칭찬을 들으면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럼 어제는 안 예뻤단 말이야?"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창자부터 베베 꼬인 뭐, 좀 심하게 짜증 나는,  친구하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랄까. 


너는 '항상' 최고라는 말이나, 이중에서 네가 '제일'이라는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렸고, 친한 친구가 내 앞에서 그 자리에 없는 제3자를 칭찬하면 '너는 그렇지 못하잖아'라는 뜻으로 곡해해서 들어 괜히 뾰로통하여지곤 했다. 


남자친구가 내 앞에서 누군가의 칭찬을 하는 일은 말해 무엇하랴. 그건 우리 사이의 평화를 위해 철저히 금기사항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예전 남친들 그리고 아직도 내 옆에 있어주는 친구들에게 매우 미안해진다.)






 아주 오랜 성찰과 반성과 자아비판을 거치고 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그때의 나는 스스로를 안아줄 줄 몰라 남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그야말로 애정결핍증 환자였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도 괴로울 만큼 눈치만 늘었고 그 눈치로 매 순간을 두리번거리며 바깥만 보고 살았다. 


안으로는 바싹 말라 바스러지는 줄도 모르고. 


더 최악인 건, 다른 사람이 내게 쏟는 애정을 자꾸만 확인하려 했다는 거다. 


누군가로부터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그날 기분은 바닥을 파고 들어갔고, 조금이라도 무시를 받았단 느낌이 들면 몇 날 며칠을 끙끙 앓았다. 


그 시절의 나는 외부로부터의 반응에 완벽히 내맡겨져 있었다. 


그 반응에 따라 어떤 날은 내  마음속 자아가 내동댕이쳐졌다가 또 어떤 날은 구름을 타고 둥둥 떠 있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랑이 필요하다. 


하나는 스스로 자기를 존중하는 내부로부터의 사랑, 나머지 하나는 외부로부터 받는 사랑. 


어느 하나가 결핍되면 사람은 그만 외로워진다.


 '사랑을 많이 받으면 충만해지는 건지, 스스로 충만하면 사랑을 받게 되는 건지'는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와 같은 답이 없는 문제이지만 내가 분명하게 느낀 건, 스스로 대접하며 살지 않으면 타인으로부터의 존중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니고서야, 후천적으로 관계를 맺은 남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바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사랑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덤비면서도 정작 스스로를 대접할 줄 모르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스스로 사랑하지 못해 쪼그라들고 있는 못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사랑이나 우정의 이름으로 대충 뭉개고 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남이 내게 해주길 바라는 것 만큼 스스로에게 대접하기. 그건 돈이 많이 들거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혼자 밥을 먹더라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차려먹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차려입고 다니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몸 구석구석을 챙기고 가꾸며,


비싸지 않더라도 내게 꼭 맞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으며, 무엇을 싫어하는지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기 등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이런 소소한 행위들이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는 충만한 느낌으로 변하고, 그 느낌이 주변으로 전해지면 곧 내가 지닌 맑은 기운이 된다.


자신에 대한 사려 깊은 행동이 하나하나 쌓이면 그것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이 되는데, 그건 닥치는 대로 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영혼까지 탈탈 털어 내놓으라는 세상에서, 타인의 목소리에 쉽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고집 정도는 부려야 살 수 있지 않겠나.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을 풍길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조금 더 자신을 대접해보자. 


비싼 명품백이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아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