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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정 Aug 02. 2015

쓰면 이루어진다는 말



                                                                                                                                                                                                                                                                                    

믿고 따르는 언니와의 식사자리에서 했던 이야기. 원하는 바를 글로 쓰면 그게 언제가 됐든 이루어진다고. 다이어리 모퉁이에 써두었던 조그만 목표들이 나도 모르는 새 하나하나 이루어진 것만 봐도 그 말엔 신빙성이 있다. 그 자잘한 목표들이 내 인생을 근사하게 바꾸진 못했지만서도. 어쨌든 소망하는 것을 글로 쓰고 말로 하는 데에 설명 못할 힘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신비한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전제가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목표여야 한다는 것.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상상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시크릿'류의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심으로 원하는 절실한 목표라면 정신과 몸은 그에 맞게 반응하게 되어있다. 온몸의 감각과 모든 신경이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바짝 긴장하므로 무엇이건 내가 바라는 소망과 연관 짓게 되고, 새롭게 배우는 모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 노력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마다 날카로운 영감을 주는 장면이나 물건이 적절히 때를 맞추어 나타나는 건, 우연이나 행운이라기보다는 진실로 바라는 마음이 모든 것을 예리하게 포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정말로 원하는 소망이라면, 때때로 힘들지라도 그 과정이 즐겁기 마련이므로 괴로움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하나하나의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글로 썼더니 정말로 이루어지더라'라는 말은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목표를 즐기면서 이루었다.'는 말과 통한다. 그러니까 노력이 괴로움으로 점철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타인의 눈을 의식하여 이 정도는 필수로 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적어둔 목표는, 글로 써두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거나 그도 아니라면 흐지부지 끝나게 마련이다. 성취한다 하더라도 즐겁지 않은 날들이 더 많을 건 분명하다. 몇 번이고 버킷리스트를 썼다가 지웠다 하는 건, 내 마음의 소리를 진정으로 듣는 과정일 게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걸러내고 진짜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골라내는 과정이므로. 



 오래전에 써두었던, 다이어리 귀퉁이에서 빛을 잃고 시들어가는 많은 소망들을 지켜보다 과감하게 지워버렸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하나하나 써내려 간다. 과정을 기꺼이 즐길 수 있으며 하고 있으면 내가 완전해지는 느낌을 가득 주는 목표들로. 훗날 들춰봤을 때 '글로만 썼을 뿐인데 정말  이루어졌어!'라고 소리칠 수 있는 것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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