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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정 Aug 03. 2015

조금씩 보완하며 나아갈 뿐,


                                                                                                                                                                                                                                                                                    

 그 어떤 일보다 나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돌보겠다는 다짐은 때때로 게으름, 또는 고착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 나쁜 습관의 저항을 받는다.  깨끗한 음식을 찾아먹고 명상을 꾸준히 하며, 몸과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는 순간의 쾌락을 포기하기엔 의지가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나쁜 습관대로 움직이는 일은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되기에 무척이나 쉬우며, 그래서 달콤하다. 따라서 조금씩 나아지겠다는 의지는 익숙한 습관에 발목 잡힌 후 시나브로 사라진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는 일상의 무수한 책임들은 또 어떤가.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 치이다 보면, 불에 닿은 비닐봉지보다 더 빠르게 쪼그라드는 게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공허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지만 또 슬그머니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곤 한다. 습관이든, 쾌락에 대한 순간적 충동이든,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든, 자신을 팽개쳐야 할 이유는 이미 무수히 많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인간의 나약한 의지만으로 극복하기엔 참으로 가혹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관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지금의 모습을 (마음에 들진 않지만) 편하게 영위하고 싶은 유혹 사이에서,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기나 할까. 당장 눈 앞에 있는 기름기 가득한 음식과 다이어트 사이에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익숙한 수다 모임과 지적 충만감을 줄 수 있는 훌륭하지만 조금은 지루한 문장 사이에서, 완벽하게 이성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원래의 다짐과는 다른 행동으로 잠시 일탈했다 하더라도 괜찮다. 다시 또 시작하면 되니까. 야식을 과하게 먹었다면 다음 날 아침을 가볍게 먹거나 굶으면 되고, 어제 읽었어야 하는 책을 노느라 읽지 못했다면 오늘 읽으면 된다. 예상과 다르게 커피를 많이 마셨다면 그만큼 물을 더 마셔주면 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들 땐 다시 일기장을 펴들어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면 된다.



 마음에 드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한 번의 일탈을 이유로 모든 다짐을 백지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는 건 과정의 예술이므로. 그러니 계획과 어긋난 그 지점에서 뻔뻔하게 다시 시작하자. 일탈 같은 건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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