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것에서 싹튼 관심

언어의 장벽, 마음의 물꼬

by 이지안

송건희 배우는 한국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팬미팅을 열었다.

대만까지 간 건희사항(송건희 배우의 팬덤명) 분들이 올린 영상을 보며, 나 역시 마음으로 따라갔다.

화면 속 그는 여전히 완벽했다. 비율도 눈빛도, 그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도.


그런데 중국어로 들려오는 말에 까르르 웃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영상 속 분위기는 생생히 느껴지는데, 그가 왜 웃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덕질의 열기 한가운데에서 언어의 벽에 막힌 기분이었다.


결국 그 부분을 캡처해 스토리에 올렸다.

“무슨 말에 웃는 건지 나도 알고 싶다”라고.


잠시 후,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본인은 중문과 전공인데, 괜찮으면 해석해주고 싶다고.

그게 우리 대화의 첫 시작이었다.


그날부터 DM을 통해

일상 이야기, 취미, 취향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유쾌하고 가볍고, 뭐든 연결되는 티키타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다음에 또 봐요”라는 말이 오갔고

눈 떠보니 우리는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종종 함께 밥을 먹고 술도 마셨다.

어지러운 정세 속에 탄핵 집회에도 나란히 섰다.

서서히 가까워졌고,

호칭도 ‘~님’에서 누나·동생으로 바뀌었다.


그가 인천에서 수원까지 와서 나와 시간을 보내던 날,

조만간 고백을 받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호감은 분명 있었지만, 그 순간의 나는 그를 이성으로 보진 못 했던 것 같다.

마음이 말보다 느린 날이었다.


다음 약속을 잡아둔 채 일을 하던 어느 날,

꾸준히 먹지 못했던 조울증 약의 영향으로 상태가 무너졌다.

그에게는 변명만 늘어놓으며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매일 주고받던 연락이 부담스럽다고, 그렇게 발을 뺐다.


그는 나에게

“거절당한 줄 알았다”라고 그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렇게,

2024년 12월, 나의 썸은 일시정지 버튼이 눌렸다.


추신) 3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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