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사랑을 싣고
그 불씨에 다시 장작을 넣은 건, 올해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홈트를 하다가 문득 그가 떠올랐다.
왜 갑자기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과하고, 오해를 풀어야 해.”
운동을 마치자마자 숨이 가시기도 전에 길게 카톡을 보냈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긍정적인 답장이 돌아왔고— 진심으로 기뻤다.
마음이 이렇게 바뀐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1년 동안 지켜본 그의 한결같음.
건실한 청년을 이상형으로 둔 나에게,
그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련이 남았다.
이 친구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약속한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입이 바짝 말랐다.
긴장되고, 설레고,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1년 만에 마주했던 순간—
어색해서 시선을 괜히 다른 곳에 두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시 예전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다.
같이 있을 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이 남자와, 나는 사귀게 될 거라고.
그 주 일요일에 만난 뒤,
둘은 어느 정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재빨리 수요일에 애프터 약속을 잡았다.
저번에 갔던 돈카츠 집이 문을 닫아 있어서
이번엔 꼭 먹자는 핑계로 그를 불러냈다.
하지만 히레카츠를 야무지게 먹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했고,
여기서도 우물쭈물하다 보니
어느새 영화 시간이 되었다.
영화 보기 전에도, 보고 난 뒤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연상에 불도저인 내가 나설 차례였다.
“만나서 얘기한다고 한 게 뭐였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 떼고 있기엔 너무 힘들었다.
그는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알다시피, 누나를 좋아한다고.
내 눈치를 살피는 게 보여서 나는 바로 웃어넘겼다.
“당연히 나도 좋아하니까 너한테 시간 쓰고 마음 쓰지.”
그리고 — 그제야 —
그의 고백이 도착했다.
“그럼 우리… 만나볼래?”
그다음은 솔직히 잘 기억도 안 난다.
좋아서, 벅차서, 정신없이 행복해서
모든 장면이 조금씩 번져 있다.
생각한다.
우리가 우여곡절 끝에 만나기까지
시작을 만들어준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러니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송건희 배우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