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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떼 Jun 19. 2021

침묵

처음에 나치는 공산주의자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은 노동운동가를 잡아갔다.

역시 침묵했다.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가톨릭교도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내 이웃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침묵했다.

그들이 잡혀가는 것은 뭔가 죄가 있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친구들이 잡혀갔다.

그때도 나는 침묵했다.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내 주위에는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뮐러 Martin Niemöller


행동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침묵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나는 매일 시험대에 올려지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다. 그날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도 미련이 남고 침묵하는 사람이 되어도 반성이 남는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내 곁에 아무도 없어야 침묵하는 사람이었구나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후회하면 늦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 뉴스 속에 나오는 세상은 먹물을 풀어놓은 물처럼 혼탁하기 그지없다.


부자와 빈민, 야당과 여당, 남과 여 등 대립각을 세우고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행동하는 기준은 본인이 속한 그룹의 이익이다. 성전환 군인, 비혼모와 같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출몰은 혼란과 함께 다양성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복잡한 시대에 어느 한쪽을 위해 행동은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대가가 수반된다.

반대로 침묵하게 되면 당장의 화는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이나 소신이 없는 무색무취의 사람이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되던 좋은 선택이란 없다. 결과를 받아들이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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