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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Dec 29. 2020

인도 리시케시로 돌아왔다.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에 들어와 나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작년에 시작했던 국내 요가 여행을 거의 매달 진행할 수 있었고, 9월부터는 그동안 수련해왔던 요가원에서 요가 수업을 맡는 기쁨도 누렸고, 10월부터는 인스타그램에 망고 빵집을 열어 가끔씩 들어오는 주문이 있으면 열심히 베이킹도 하며 지냈다.


하지만 가끔씩, 아니 자주 인도 생각이 났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몇몇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인도에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인도 생활에서 느끼는 최고의 장점은 '단순한 생활'이라고 했다. 단순한 생활이라는 상큼한 말이 맘에 들었고 그래서 나도 다시 인도로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아직도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하지만, 인도의 리시케시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인도 델리에 도착한 후, 다시 국내선을 타고 데라둔을 거쳐 택시를 타고 리시케시로 도착하니 밤이 되어 있었다. 총 16시간에 걸쳐 리시케시에 도착한 것이지만, 이 정도면 정말 행운이 함께 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모든 진행이 순조로웠다. 물론 인도 이미그레이션에서 빠져나오는데만 거의 2시간이 걸렸고, 다시 줄을 서서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수속을 하는 데 2시간이 걸렸지만, 계획한 대로 하루 만에 리시케시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비행기에서 인도 영화 '시크릿 슈퍼스타'를 보며 인도로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고, 델리 공항에 도착한 후에도 어리둥절했을 정도로 이상한 느낌이었다.


미리 예약해 놓은 노란색의 예쁜 숙소에 짐을 풀고는 크리스마스 날에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밖에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러 온 인도인들이 꽤 보였지만,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메뉴를 살펴보니 전에 있던 건강 메뉴는 다 없어지고, 일반 음식들만 팔고 있었고, 진열대에 놓여 있던 근사한 케이크는 자취를 감췄다. 홀로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지만 제대로 해야지 하며, 토마토 파스타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9시가 넘은 늦은 밤에 (한국 시간으로는 이미 새벽 1시 정도이므로) 커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파스타를 천천히 먹었다. 평소에 잘 먹지 않는 마늘이 올려진 빵을 토마토소스에 적셔 먹다가 양이 많기도 했고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해서 남은 것을 포장을 해서 바로 방으로 들어왔다.



인도의 겨울은 생각보다 쌀쌀하여 이번에는 숙소를 좋은 곳으로 골랐다. 리시케시에 오면 이곳을 멀리서 바라보고 다니기는 했지만 부담되는 가격으로 늘 발길조차 들이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인도 봉쇄 기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일본 친구가 있었고, 가격도 반 이상 내렸기 때문에 히말라야와 갠지스강에서 불어오는 추운 바람을 피해 한 달만 이곳에서 편안하게 지내보기로 했다. 방에는 편안한 침대와 테이블 그리고 전기 포트, 히터기가 있었고,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베란다가 있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셈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남겨 온 파스타를 먹고, 커피를 끓여 마신 후에 갠지스강으로 나가보았다. 거의 일 년 만에 다시 온 이곳이 낯설게 느껴졌다. 특히나 코로나 시대에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을 내딛기가 쉽지 않았지만 거리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정겨운 힌디어가 경쾌하게 들렸고 인도 사람 특유의 여유있는 얼굴이 마음을 잔잔하게 했다. 커다란 나무 아래 매달려 있는 원숭이를 지나 거리를 천천히 걷고 있는 소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갠지스강을 향에 걸어 내려갔다. 길에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러 온 인도인들이 꽤 많았고 외국인은 정말 어쩌다 한두 명씩 지나가고 있었다. 갠지스 강이 보이는 계단에 다다르니 꽤 많은 사람들이 갠지스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아직은 강을 건너갈 생각이 없었으므로 그냥 위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는 요가 선생님 집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 올라갔다.



여행자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현지인 마을에 위치한 선생님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학교를 지나고 재봉을 하는 가게를 지나고 조그만 카페를 지나니 예전에 일본 친구가 했던 카페 오카에리 문이 보인다. 그녀는 코로나 영향으로 올 12월을 마지막으로 식당 문을 닫았다고 한다. 커다란 갈색 대문의 카페 오카에리를 지나 '사이 요가 아쉬람'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이 요가 선생님 집이다. 마치 어제 온 집을 또 오듯이 문 앞에서 '산딥'하고 불렀다. 열려 있는 방 안에서 '망고'하는 소리가 들렸고 여전히 눈에 빛이 나는 선생님이자 친구인 산딥이 나왔다. 생강을 가득 넣은 진한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곧 점심을 차려 주었다. 마침 산딥은 배가 아파서 나 혼자 뜨거운 달을 쌀밥에 적셔서 매콤한 처트니와 함께 먹었다. 날이 꽤 추워서 햇볕을 쬐러 옥상으로 올라갔고 매트를 깔고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주 들렀던 '오가닉 샵' 청년과 인사를 나누고는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비건 쿠키를 들고 왔다. 디저트를 만들지만 평소에 나는 디저트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시대이기 때문에 방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서 한 봉지 들고 왔다. 오트 쿠키였는데 푹신한 게 참 맛있었다. 음,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다. 예전에 자주 썼던 로터스 내추럴 향수와 오가닉 티도 한 상자 사 왔다.



이제 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한번 그렇게 지내보자. 내일부터는 요가 수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니 하루가 더 상쾌하게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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