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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Mar 09. 2021

리시케시 산책

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남인도 케랄라에서 온 친구 하나코 덕분에 나는 오랜 방콕 생활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하나코는 매일 아침 일찍 갠지스강을 산책하고 나는 예전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씻고 방에서 홈 요가를 한다. 아침 10시에 하나코의 방에서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느지막이 시작하는 아침 시간을 조금 일찍 시작하게 되었다. 과일을 먹으며 그날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점심 식사 시간에 만나기로 한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사실 나에게는 요일이 별로 특별할 게 없지만) 휴일이므로 오전에 푹 쉬고 점심은 숙소에서 만들어 먹기로 하였다. 12시에 만나서 부엌으로 내려가니 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호텔 주인 가족들이 달 ( 렌틸콩 수프 )과 흰쌀밥을 만들고 있었고 다른 인도 투숙객은 면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소심하게 부엌에서 뭘 찾는척하고 나갔겠지만은 지금은 용감하고 활달한 친구 하나코가 있으니 무서울 게 없다. 그녀는 케랄라에서 가져온 브라운 라이스를 가스불에 올려놓았고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야채를 꺼내서 다듬어주면 나머지 요리는 알아서 척척해준다. 모든 것을 하나코에게 맡기고 보조 역할을 하는 나를 보고는 호텔 가족들이 뒤에서 몰래몰래 웃는 게 느껴졌다.


전날 먹고 남은 수프에 야채를 더 넣고 끓이고 거실에서 아이들이 숙제하는 것을 구경하고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하면서 밥이 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간단하지만 건강한 우리의 요리는 완성되었고, 식탁에 야채 수프와 브라운 라이스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하나코의 건강 채식 요리


이후 각자 쉬는 시간을 가진 후에 오후에 만나서 리시케시 주말 시장 구경에 나섰다. 먼지가 많은 복잡한 도로를 합승 릭샤를 타고 시장에 들어섰다. 보통 일요일의 시장은 사람이 많고 북적북적해야 하는데 역시 코로나 영향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지 가게에는 몇몇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고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 직원들은 지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래된 모습의 리시케시 시장은 흥미로웠으나 하나코도 인도에 오래 살고 있기 때문에 원을 그리며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다시 갠지스강 지역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애플 사모사를 먹는 날이었다. 예전에 리시케시에 머물 때 자주 갔던 카페 오피스로 들어가니 일하시는 할아버지와 딸이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할아버지가 나에게 아직도 인도에 있다니 놀랍다고 하니 딸이 하는 말이 락다운 시기라 집에 못 간 거라고 대신 말해주길래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할아버지의 건강이 궁금했었는데 구부정한 허리는 여전했으나 잔잔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여 주셨다. 예전에 새벽 요가를 마친 후에 망고 주스와 망고 사모사가 먹고 싶어서 문을 일찍 열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매번 할아버지께서 문을 활짝 열고 우리를 기다려 주셨었다.


애플 사모사와 바나나 초콜릿 사모사 그리고  두유 커피와 함께 시켰다. 할아버지는 여유롭게 식탁에 핸드폰을 세워두고 인도 영화를 감상하고 계셨고 활달한 딸이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를 가득 담으며 우리가 시킨 것들을 천천히 만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모사는 너무 달콤했고 두유가 들어간 커피도 딱 알맞게 맛있는 커피 맛이었다.



카페에서 잠시 쉬고 난 후 우리는 비틀스 아쉬람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에 비틀스가 머물던 아쉬람을 복원하여 아기자기하게 만든 곳으로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하기에 그냥 겉모습만 보기로 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가는 길이 너무나도 예뻤다. 갠지스강을 따라가다가 숲길로 빠지는 길은 오묘한 분위기가 흘렀고 조용했다.


우리는 오늘 갠지스강의 기도 의식인 뿌자를 보면서 소원을 빌기로 했기에 무슨 소원을 빌 것이냐고 물었더니 하나코는 '그냥 모든 게 잘 되게 해 주세요'라고 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신에게 소원을 빌 때는 자세하게 말해야지 신도 알아들으시니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야 한다고, 사업에 성공하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라고 하니 하나코가 큰소리로 웃는다. 하나코는 곧 카페 개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역시 소박하고 착한 하나코는 그건 너무 큰 소원이니 그냥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비틀스 아쉬람을 지나쳐 숲길로 들어가서 한동안 산책을 했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정말 말 그대로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고 주위에 사람도 거의 없어서 꼭 영화에 나오는 숲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비틀스 아쉬람
비틀스 사원 숲길


곧 기도 의식이 시작할 때가 되어 입구에서 꽃불인 디아를 사고 신발을 맡기고 가트로 내려갔다. 노란 옷을 입은 소년 사제들이 입장을 했고 뒤이어 오렌지 빛의 옷을 입은 수행자들이 들어선다. 기도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그들을 맞이 했고 함께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두 손을 합장하고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함께 하는 의식은 경건하고 신선했다. 갠지스강에 발을 담그고 디아를 저 멀리 띄워 보냈다. 마치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되돌아와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도 의식을 마친 후에 터벅터벅 갠지스강가를 지나쳐 숙소로 돌아왔다. 


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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