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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Mar 07. 2021

오랜만의 외식 (채식)

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어제 아엥가 요가 수업을 마치고 급히 숙소로 돌아왔다. 남인도 케랄라 코친에서 사는 친구 하나코가 요가를 하러 리시케시로 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들어오면 내가 머무는 숙소 근방의 큰길에 세워주고 조금 안으로 걸어서 들어와야 하는데 친구는 운이 좋게도 택시가 다른 길로 들어와서 호텔 바로 앞에 내려주었는지 나보다 더 빨리 호텔에 도착하였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큰 도로 근처의 작은 가게에서 땅콩을 사들고는 배가 고픈 마음에 땅콩을 몇 개씩 입에 털어 넣으면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와서 한걸음에 호텔로 뛰어갔다. 마침 문 앞에 서 있던 호텔 주인의 딸이 친구는 벌써 방으로 들어갔다고 알려준다.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방으로 올라가니 호텔 주인이 반가운 얼굴로 친구가 잘 도착했다며 들어가 보라고 한다. 친구는 다행히 호텔에서 가장 좋은 층에 가장 좋은 방을 받은 듯했다.


주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우리는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향이 강한 음식을 싫어하는 하나코를 위해 아유르베다 음식 (천연 재료로 만드는 치유의 음식 )을 만드는 야유르 파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정원에 듬성듬성 테이블을 놓아둔 그곳에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하나코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정원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레몬 그라스 티와 베지 달 (야채 렌틸콩 스프 )과 호박 커리와 짜파티 그리고 흰쌀밥을 시켰다.


히말라야 산이 보이고 갠지스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는 리시케시를 하나코는 참 좋다고 했다. 남인도에서 오 년 정도 살고 있지만 이번에 북인도는 처음 온 것이라서 더더욱 신선하게 느껴졌을 터였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창밖으로 한 시간 남짓 리시케시를 바라본 것이 다였지만 사람들이 좋게 느껴졌고 호텔 주인의 친절함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우리가 밖에서 바라보는 인도는 한없이 위험하고 더러운 곳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남인도에서 바라보는 북인도는 복잡하고 위험한 곳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유르 파크의 소박한 음식


다음날 하나코는 아침 일찍 나가서 갠지스강 지역을 한 바퀴 돌아본다고 했고, 나는 그녀에게 자유를 주고 혼자 방에서 아침 요가를 했다. 점심은 나가서 먹기로 했으므로 하나코에게 갠지스강이 바로 앞에서 보이는 멋진 뷰가 있는 강가 뷰 카페로 데려갔다. 내가 요가 여행 팀을 인솔할 때도 여행자들과 항상 오는 곳인데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멋진 갠지스강과 히말라야 풍경 그리고 무엇보다 친절한 직원들이 있어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다. 오랜만에 온 나를 보며 카페 직원들은 반가운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갠지스 강과 가장 가까운 곳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큰 공간에 사방이 뚫려 있는 열린 공간이라서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고,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은 따듯했다.



강가 뷰 카페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팔라펠 후무스와 진저 토푸를 시키고 음료수는 시키지 않았다. 보통 인도에서 음식 주문을 할 때는 음료는 무엇으로 할 것이라고 물어보는데 이곳에서는 그저 주문을 한 데로 받아가서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때에는 마음껏 음료도 시키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약간 가격이 있는 이곳에서는 가져온 물로 음료를 대신하였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사람들이 한두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에도 이곳은 여전히 괜찮게 장사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곧 음식이 나왔고 우리는 부드러운 후무스에 팔라펠을 곁들여 먹고, 생강이 들어간 짭조름한 진저 토푸를 맛있게 먹었다. 풍성한 야채와 알맞게 조미된 음식을 하나코도 좋아했다. 하나코가 살고 있는 남인도의 케랄라 코친은 해산물이 유명한 마을이라서 이렇게 마일드한 채식을 먹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시케시는 채식 마을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아무 식당에 들어가도 비건이나 베지테리언 메뉴가 있기 때문에 채식 주의자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이렇듯 조금은 걱정했던 하나코와의 외식 생활이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 점심은 외식을 저녁은 숙소에서 간단하게 해 먹기로 했다. 나보다 훨씬 음식을 잘하는 하나코의 요리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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