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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Mar 15. 2021

2021년 인도 쿰브멜라 페스티벌

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2021년도 3월 11일은 마하 시브라트리 (시바 페스티벌 )였다.

 

인도 각지에서 오렌지 빛깔의 천을 두른 많은 사두( 수행자 )가 리시케시로 집합했고, 인도의 힌두교인들이 리시케시로 몰려들었다. 시바신을 경배하며 밤새도록 갠지스 강변에서 기도 의식을 하는 시브라트리 축제는 힌두교에서는 아주 중요한 축제이다.


다른 해 보다 올해 사람들이 유독 많아서 그냥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리시케시 근방의 갠지스강 성지인 하리드와르에서 12년 만에 쿰브멜라 축제가 열려서 그랬던 것이었다. 그저 하필 이런 신성한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내가 이곳 리시케시에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12년 전에 나는 우연히도 리시케시에 있었고, 올해보다 훨씬 많은 (올해는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적은 인원이 오지 않았을까.) 인파로 인해 그때도 아침, 저녁의 요가와 식당에 가는 것 외에는 줄곧 방에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사원 앞에 쌓여 있는 수많은 슬리퍼를 빗자루로 쓸어 담고 있는 관리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모양과 색깔까지 거의 비슷했던 그 슬리퍼는 어디로 갔으며, 슬리퍼의 주인들은 자기의 것을 찾아 신고 갔을까 하는 의문은 지금도 여전하다.



"쿰브 멜라(성스러운 항아리의 축제)’는 지구 상에서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평화로운 순례자들의 축제이다. 사람들은 성스러운 강물에 몸을 씻거나 적시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온다. 이 축제는 알라하바드와 하리드와르, 우자인, 나시크에서 4년에 한 번씩 교대로 개최하는데 힌두교 신자들은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함으로써 죄를 씻고 삶과 죽음의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신들과 악귀가 불사의 영약이 담긴 항아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었다고 한다. 이때 아름다운 여성 모히니(Mohini)로 변신한 비슈누(Vishnu) 신이 이 영약을 잡았다. 비슈누 신은 악귀들로부터 달아나면서 타고 다니던 날개 달린 가루다(Garuda)에게 이 영약을 건넸다. 뺏고 뺏기는 다툼 속에서 항아리 속의 귀중한 감로 몇 방울이 알라하바드, 나시크, 하리드와르와 우자인의 강에 떨어졌다고 한다."

( 유네스코와 유산 사이트 참조 )


식사 배급을 기다리고 있는 사두들

아무튼 나는 신비로운 영약이 한 방울 떨어졌다는 하리드와르- 리시케시 갠지스 강변에 와 있다. 덕분에 또다시 쿰브 멜라를 경험하고 있지만,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온 나는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기도 하다. 거리는 순례를 온 사람들로 꽉 차 있고, 일부 다른 인도 여행자들은 래프팅과 캠핑을 즐기러 오기도 하기 때문에 도로는 경적 소리로 시끄럽고, 갠지스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 때면 줄을 서서 건너야 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아침, 저녁의 아엥가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다행히 내가 머무는 숙소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으며, 창밖으로 푸르른 산이 보이고 높은 하늘이 보이는 방에서 그나마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가,

명상,

호흡.


걸음을 걸을 때도 요가와 명상과 호흡을 생각하면서 걷는다면 그 자체로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가 아사나와 호흡을 배우는 이유는 평화롭게 앉아 명상을 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드는 것이고, 그 자세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을 준다.


명상을 하며 다리를 건너고 있는 수행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갠지스강으로 첨벙하고 들어가서 몸을 담그고 죄를 씻어낸다는 생각은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들은 이해하지 못할 또는 감히 접근하기 어려운 사상일 것이다. 인도에 와서 아침마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비록 그들이 살아가면서 간혹 잘못된 일을 저지를지라도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는 삶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인도로 와 있는 것도 그런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에서 나온 요가와 요가 철학은 알면 알수록 심오하고 머리를 탁 칠 정도로 깨어있는 사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겉에서 바라보는 인도의 모습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인도를 존중하는 나의 마음은 한결같다.



하지만 역시 난 내가 인도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혹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답은 아직 찾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하루하루의 요가 수업을 따라가면서 마음을 평온하게 하며 그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과연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러니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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