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나는 아주 느린 사람이라고 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결정을 하면 빠르게 행동하지만, 무엇을 결정을 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친구는 성격을 분석하는 '애니어그램'을 공부하고 있는데, 그 친구의 성격 분석에 의하면 나는 아주 느린 사람이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천천히 그리고 남들보다 많이 늦게 시작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번 결심을 하면 실행은 남들보다 빠르게 한다나. 그러면서 내가 일에 관해 불안해할 때면 '천천히 천천히'하라고 주의를 주곤 했었다.
벌써 인도에 들어온 지 사 개월이 다 되어간다. 리시케시에서 보낸 첫 달은 인도 적응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고, 그다음 달은 친구가 살고 있는 남인도에서 보내느라 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온 리시케시에서도 자꾸 마음이 들썩거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통 '이 마음은 무엇일까' 하는 깊은 분석을 하지 않는 나는 그저 마음이 불안한가 보다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서울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 마음은 애매모호한 얕은 생각으로 인해 이곳저곳으로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생각을 내 마음속으로 집어넣어 혼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보통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 버릇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 깊숙이 존재하고 있을 진짜 마음과 만나기를 두려워서인지는 잘 모른다. 아마 두 가지 다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깊게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의 불안이 무엇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선 일에 대한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모으고, 관련 업체에 메일을 보내고 답을 받으니 점점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상황이 점점 더 실행하기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체 있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느낌이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그 어려움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그다음 단계는 찾지 못했다. 어디 그렇게 쉽게 풀리는 일이 있겠는가. 게다가 나는 아주 느린 사람이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 이곳에 왜 와 있는지, 어떤 생각으로 오게 된 것인지, 지금의 생활은 어떤지를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보아야겠다.
도대체 나는 왜 항상 이렇게 느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