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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Apr 21. 2021

두 경찰관 이야기

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그날도 여느 저녁처럼 요가 수업을 마치고 근처의 야채 가게에서 당근, 피망, 토마토, 양배추 등의 자잘한 야채를 사고 숙소로 가고 있었다. 갠지스강 근처에 있는 숙소로 가는 길의 왼편에는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인도 옷과 순례자들을 위한 염주를 파는 노점상이 늘어서 있고 오른편에는 사원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우직한 소들이 길을 걷고 있었으며 나무 위에는 원숭이들이 매달려 있었다.


평소처럼 사원 뒤에 있는 해 질 녘의 산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는데 내 앞에서 걷고 있는 두 명의 경찰들이 보였다. 나는 경찰들이 있으면 가까이서 걷는 버릇이 있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어서 되도록 가까이로 가서 뒤를 따라 걷는다. 그러면 갑자기 들어올지도 모르는 원숭이들의 습격과 또 다른 존재들이 나를 방해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요즘 신체의 정렬을 중요시하는 아엥가 요가를 배우고 있어서인지 앞에서 걷고 있는 두 경찰관들의 걸음걸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둘 다  약간 마른 듯 하지만 인도인 특유의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왼쪽의 키가 조금 더 큰 경찰관은 뒤에서 보았을 때 등은 펴져 있었지만 어깨는 앞으로 말린 형태여서 왠지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어 앞으로 내리는 비바람을 피하며 걷는 듯한 자세로 걷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약간 아담한 경찰관은 걸음걸이는 괜찮았지만 보통의 현대인들이 많이 그렇듯이 어깨가 위로 솟아오른 모습이 바짝 긴장이 들어가 있는 듯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점점 거리를 좁혀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걷고 있던 아담한 경찰관이 핸드폰을 촬영 모드로 돌려 핸드폰을 대충 앞으로 들어  촬영을 하는 게 보였다. '거리 정찰을 왔나 보군' 하고 별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동양인 여자아이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머리카락과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같은 요가원에서 수련을 하는 그 친구인가 보다 하며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촬영을 하던 경찰이 흠칫하는 동작으로 뒤돌아보더니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나도 경찰이 갑자기 뒤를 바라보는 바람에 흠칫하고 놀래는 모습을 취했는데 이 경찰이 하는 말이,


“ 락슈만 줄라 (갠지스강 다리 )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저녁 순찰을 위해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경찰들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리시케시에 처음 온 경찰들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갠지스강이 코앞에 있는 리시케시에서 갠지스강으로 가는 길을 모르다니, 어떻게 경찰들이 이럴 수가 있지' 하며 속으로 콧웃음을 치었다.


“앞으로 쭉 걸어가”


라고 말을 하니 '오케이' 하며 다시 핸드폰을 앞으로 들고는 촬영을 하며 걷는다. 그들이 걷는 것을 바라보며 따라서 걷고 있다가 곧 이어질 락슈만 줄라로 내려가는 계단 길이 생각나서 나는 그들 가까이로 달려갔다. 그리고 외쳤다.


“이제 오른쪽 길로 내려가”


그러니 그들은 손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라고 묻는다.


"응 쭉 내려가".


저녁 순찰을 돌러 온 줄 알았던 경찰관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관광객 모드로 리시케시로 온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임무를 받고 리시케시를 정찰하려 온 것일까.


아직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인도 리시케시는 주말 락다운과 평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통행금지 모드로 다시 돌아섰습니다. 주말에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불필요한 활동을 막기 위해서 내린 조치인 것 같아요. 어쩐지 어제 토요일에 저녁 산책을 나갔는데 사람 많던 갠지스강 주변에도 동네 골목길에도 사람들이 아주 적더라고요.


우리 모두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지내봐요.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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