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인도에서의 생활은 아주 조용하다 못해 정적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새로울 일이 없기도 했고 뉴스에서 나오는 인도의 모습 때문에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기도 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리시케시는 거의 락다운 상태이기 때문에 오후 2시까지 열리는 생필품 가게에서 야채와 과일 그리고 건과류 등의 음식 재료를 사러 나가는 일 외에는 거의 방에서 지내고 있다.
4월의 아엥가 인텐시브 코스가 끝나고 그 이후부터 아엥가 요가 센터도 수업을 멈추었다. 다행히 한주 동안은 요가 센터 문을 열어 놓고 셀프 프렉티스를 할 수 있었지만 그다음 주부터는 닫았고, 우샤가 가르치는 아엥가 요가를 듣기 위해서 리시케시에 남아있던 여행자들도 하나둘씩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인도 북쪽으로 떠나간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내고 있는 숙소의 방이 넓고 커다란 창 밖으로는 하늘과 산이 보이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베란다까지 있어서 그다지 답답함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의 나라면 이 숙소가 아닌 침대만 들어가 있는 간소한 곳에 방을 잡았겠지만, 작년부터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주기 때문에 이곳에 머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답답하고 암울한 시기에 얻은 아주 커다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조금 더위가 늦게 찾아오는 것 같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5월의 리시케시의 날씨는 보통 40도를 넘어가는데 아직은 최고 온도 36도를 유지하고 있고 뜨거운 햇볕만 피한다면 그렇게 더운 날씨는 아니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를 켜고 방안에 있으면 더운지도 잘 모르겠다.
요즘은 날씨가 여름으로 바뀌어서 그런지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잠시 누워서 눈을 감고 있다가 핸드폰으로 올라온 소식을 읽고는 간단한 간식을 조금 먹고 요가를 시작한다. 딱딱한 방바닥에 깔린 얇지만 단단한 러그위에 천으로 만든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 소년의 동영상을 보며 요가를 한다. 그리고 이후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1층 공동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간단하게 부엌을 쓰고 싶어서 대부분 야채를 올리브 오일에 볶고 라이스페이퍼나 라이스 누들을 곁들여 먹는다. 간식으로는 망고와 포도 그리고 파파야를 먹고 심심할 때면 땅콩과 렌틸 스낵 (뭉달)을 집어 먹기도 한다.
한 달 전에 우연히 디톡스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시작한 매일 레몬 워터 마시기와 과자와 밀가루 등의 정제 식품을 먹지 않기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라기보다 봄맞이 디톡스를 위해서였는데 특별히 나타나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가게에서 과자를 집어 들던 습관이 없어지고, 좋아하는 포테이토 칩이나 인스턴트 라면을 바라봐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니 좋은 발전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인터넷으로 영상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하던 게 일상이었는데 엊그제부터 숙소 와이파이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이제는 그것마저 할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오늘 하루는 참 길었던 것 같다. 아침 요가도 하지 않고 점심을 먹은 후에 누워 있었더니 등이 배기기도 한 것 같다. 저녁이 된 지금은 다행히 책상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산과 건너집 청년이 옥상을 걸어 다니며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글을 쓰고 있다.
저녁이 되면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책상 앞에 조금 앉아 있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난다. 생각보다 하루를 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하루 종일 말을 거의 하지 않고 혼자서 잘 지내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는 이번 코로나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다른 나라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이렇게까지 번지니 그 영향은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것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할 말은 없다. 그저 인도가 이 상황을 잘 해결하기를 그리고 다음에는 적절한 대비와 준비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혼란의 시기에 인도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도가 잘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