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여러 가지 사랑스러운 빵들
빵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아마도 파키스탄에 들어가던 순간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물론 이전에도 사막 사파리에서 구워 먹는 인도 짜빠티도 참 구수하고 맛있었지만 파키스탄 국경 지역인 라호르에서 화덕을 땅에 묻고는 몸을 깊숙이 숙여 폭신한 빵을 화덕 벽에 찰싹 붙여가며 열심히 굽고 있는 것을 보고 거의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을 느꼈다. 파키스탄을 다니는 내내 나는 화덕에 만드는 '난'이라는 빵을 발견하면 무조건 신문지에 싸서 받아 들고는 따뜻한 난을 먹으며 다녔다. 나는 채식을 하기 때문에 파키스탄에서는 음식을 사 먹기가 쉽지 않아서 시장에서 산 야채를 호스텔의 부엌에서 익혀서 난과 함께 먹는 게 주식이 되었다. 파키스탄의 난은 종류도 참 다양하였다. 인도에서 먹던 난보다 훨씬 푹신하고 노릇노릇했으며, 깨가 뿌려져 있기도 하였고, 아름다운 무늬를 넣어서 갈색으로 구운 것도 있었다.
파키스탄을 지나 이란으로 들어가니 '난'이라고 불리던 것은 '눈'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게다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보던 둥근 모양이 아닌 아주 긴 모양이 꼭 정말 걸레를 연상시켰다. 이란 사람들에게 눈은 반찬과 함께 먹는 주식이기도 했지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먹는 간식이기도 하였다. 쌀쌀한 아침 우리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도착하여 기차역의 찻집에 들어갔는데, 검정 히잡을 쓴 이란 여학생들이 먹고 있는 기다란 눈을 보고는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었다. 김이 나고 있는 기다란 눈은 추운 새벽에 정말 맛있게 보였다. 그녀들이 알려주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니 파란 페인트를 칠한 창틀 위에 커다란 눈이 간판처럼 걸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니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 하얀 옷을 입고 눈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서둘러 방금 만든 눈을 신문지에 고이 싸서 품에 안고 기차역 찻집으로 다시 들어가 붉은 홍차와 먹으니 추위가 사그리 녹아들었다. 이란에서는 여성 여행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지 항상 함께 걸어 다니는 우리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고 특히 눈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그들은 눈 한 장을 우리에게 먹어보라며 그냥 주기도 하였다. 함께 호스텔에서 묵고 있었던 영국, 이탈리아 여행자들에게 말하니, 그들은 여성 여행자들 특히 귀여운 아시아 여행자라서 그럴 거라며, 자신들은 항상 그들에게 경계의 대상이라고 하며 콧웃음을 쳤다.
이란을 넘고 넘어 터키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깨를 가득 묻힌 도넛 모양의 빵인 '시미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미트는 빵집에서 하얀 크림치즈와 붉은 홍차 한잔을 함께 먹어도 우리나라 돈으로 천원이 되지 않았고, 많은 젊은이들이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빵과 홍차를 즐기며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는 장소였다. (10년 전 이야기이므로, 현재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거리 곳곳에 있던 이 빵집이 꼭 이란에 흔히 있었던 물담배 찻집을 연상시켰다. 맛있는 빵과 설탕을 가득 넣은 뜨거운 홍차, 그리고 담배 연기와 함께 하는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는 곳. 시미트는 길거리에서 손수레에 가득 빵을 담고 파는 할아버지들에게 사 먹어도 그 맛이 아주 꿀맛인데, 저렴한 가격에 푸근한 웃음은 길거리 빵집에서 얻는 덤이었다.
터키를 넘어가 이스라엘로 들어가서 그렇게 꿈에 그리던 피타 브래드를 먹었다. 인도에는 이스라엘 여행자들이 많아서 그들을 위한 음식이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에는 꼭 있었는데, 인도에서 피타 브래드에 후무스를 발라 넣고, 거기에 각종 샐러드와 병아리콩 튀김인 팔라펠 그리고 감자튀김을 넣어 한입 배어 무는 맛은 기가 막혔다. 하지만 이스라엘 친구들은 후무스(병아리콩 페이스트)는 이스라엘에서 직접 먹어봐야 한다며, 인도에서 맛보는 후무스는 맛이 다르다고 했었다. 나는 이스라엘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 하나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으로 들어갔고, 길거리에서 또는 올드시티의 토굴에서 피타 브래드와 후무스, 팔라펠 등을 먹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여행자들의 말을 깊이 실감하였다.
남인도에서 먹는 빵은 북인도에서 흔히 먹는 난이나 짜빠티와는 아주 달랐다. 쌀 재배지이기 때문에 쌀 반죽을 이용하여 페스트리처럼 둘둘 말아 결이 생기게 하고, 납작하게 눌러 펴서 기름에 굽는 '포로타'는 환상에 가득한 맛을 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거리 앞의 식당에 판을 내어 놓고, 신나게 포로타 반죽을 준비해 놓고는 커다란 프라이 팬에 기름을 뿌리고 '포로타'를 부치고 있는 모습은 정말 침을 꿀꺽 삼키게 했다. 작은 야채 카레 그릇을 앞에 두고 바나나 잎에 올려진 포로타를 손으로 찢어 먹는 그 즐거움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음식을 먹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하였다.
여기까지 중동 지역을 여행하며 먹었던 거룩한 양식인 빵에 대한 이야기!
즐거운 하루를 모두 맞이하시기를!
발리 우붓에서 보내는 어느 날 아침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