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리시케시
혼자 숨어 있기 좋은 곳.
히말라야 산으로 둘러싸인, 성스러운 갠지스강이 흐르는 북인도 수행자의 마을 리시케시
나는 가끔씩 아무도 모르는 곳에 홀연히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오랜 도시 생활로 마음이 꽤 지쳐 있거나,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할 때면 배낭을 간단히 꾸리고 혼자 인도의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리시케시로 향한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이 작은 마을에 들어가 아침과 저녁에 요가를 하는 단순한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평범한 생활을 이어간다.
인도 북부의 채식 마을 리시케시
인도 북부에 위치한 리시케시를 처음 만난 것은2003년 봄에 배낭여행 팀을 이끌고 네팔에서 출발한 2박3일간의 고난의 국경버스에서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초보 인솔자였고, 리시케시는 가본 적도 없는 곳이었기에 두려움을 한가득 안고 있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주위는 어두웠고 길에는 사나워 보이는 개들이 짖어대고 있었다. 대충 지도를 보고 걸어가니 불을 밝히고 있는 작은 구멍가게가 나타났고, 괜히 민망한 마음에 망고 주스를 하나 사들고는 갠지스 강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방금 잠을 깬듯한 주인은 그저 손을 들어 앞으로 난 길을 가리켰고, 난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갠지스강이 있을 것만 같은 길 쪽으로 내려갔다.
인적이 없는 어두운 거리를10분 정도 걸으니 갑자기 시야가 환해지면서 마술처럼 갠지스강이 눈앞에 나타났다. 족히150 미터는 되어 보이는 출렁이는 긴 다리 밑으로 에메랄드빛의 강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숱하게 이야기만 들어왔던, 깨끗한 갠지스 강이 흐르고, 마을 전체가 채식을 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특이한 이곳 리시케시와 이렇게 마주했다. 강물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발을 디뎌 바람의 냄새를 한껏 들여 마셨다. 마을을 둘러 싸고 있는 히말라야산과 갠지스강에서는 느껴지는 힘이 나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무사히 북인도 인솔을 마치고 영혼이 이끄는대로 곧장 리시케시로 들어갔다.
인생 첫 요가를 리시케시에서
강을 따라 이어진 좁은 거리에는 세상 일에는 관심 없다는 듯 되새김질을 하는 소들이 천천히 걷고 있었고, 강 옆에 위태위태하게 놓인 히피 풍의 카페에는 여유로이 차를 마시고 있는 여행자들이 앉아 있었다. 국제 요가 페스티벌이 열리는 요가의 성지답게 ‘요가’와 ‘명상’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곳곳에 붙어 있고, 많은 요가 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리시케시에서의 보내는 하루하루는 아주 단순하게 흘러갔다. 해가 떠오를 때쯤 수행자들이 지내는 숲으로 산책을 나갔고, 아침저녁으로 요가를 하였다. 늦은 저녁에 가끔 명상 수업도 있었지만 대개는 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내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며 요가를 배운 곳은 커다란 망고 나무 아래에 자리 잡은 작은 요가원이었다. 내부가 온통 주황색의 천으로 둘러 싸인 그곳엔 눈빛이 맑은 요가 선생님이 있었고, 요가는 초보자가 하기에 적당히 좋은 요가원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작은 공간에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고 몸을 풀고 있었다. 한 번도 요가를 해본 적이 없던 나는 제일 끝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나의 첫 요가는 무척이나 서투른 것이었다. 거의 모든 운동에 소질이 없는 내게 요가도 역시 어려운 것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요가 후 여기저기 아픈 몸만큼이나 나의 가슴은 기쁨으로 채워졌다.호흡을 하며 조용히 동작을 이어가니 신기하게도 나의 몸이 그 동작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팔과 다리도 곧게 펴보고 나의 몸이 생각보다 퍽 유연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리시케시에 머무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요가 수업을 따라가다 보니 몸과 마음이 저절로 건강해져서 우울한 빛을 늘 풍기던 저의 얼굴에도 서서히 밝은 색이 돌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과 가슴은 점점 활기차졌고 또한 열심히 요가를 한 덕분에 날씬한 몸을 가지게 되었다.
마을 주민, 수행자, 여행자가 함께 하는 마을
그 이후로도 나는 시간이 나면 리시케시로 숨어 들어가 요가를 하러 갔다. 한창 인도와 중남미 인솔을 하는 중이었지만 짬을 내어 매해 리시케시로 향했다. 리시케시는 갠지스강이 있고 요가의 성지이기도 해서 특이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새벽에 강가로 나가보면 아침 기도를 드리는 평범한 일상의 마을 주민에서부터, 추운 겨울 동안 히말라야산맥에서 내려와서 안거하는 오렌지빛의 옷을 정갈히 입은 수행자들,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인 양 레게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히피들 그리고 보통의 여행자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보통 여행자들은 아침에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요가를 하고 갠지스 강이 보이는 카페에 비스듬히 누워 풍성한 아침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 먹는 이야기 그리고 요가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매일의 요가로 가슴이 열려서 그런지 이곳의 여행자들은 마음속에 담아 놓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서로 많이 공유하기도 했다. 자신의 부끄러운 이야기, 슬픈 이야기, 사랑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등 가슴 깊이 담아 놓은 비밀을 다른 여행자들에게 허심 탄해하게 털어놓으며 짧은 시간 동안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변한다. 리시케시에는2킬로미터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긴 다리가 있는데, 일명 사두(수행자)의 숲이라고 불리는 강을 따라 난 숲길을 걸으며 양쪽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람줄라 다리가 있는 지역은 많은 사원과 인도 순례자들 그리고 요가에 심취한 요기들이 지내는 지역이라 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 락슈만 줄라 다리가 있는 지역은 자유로운 여행자들과 히피들이 많이 지내는 곳이라 분위기가 있는 카페가 늘어서 있고 흥이 넘치는 지역이다.
비틀스가 한동안 은둔하며 음악을 만든 곳
리시케시는 비틀스가 한동안 머물며 지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들은 히말라야 기슭의 리시케시에 두 달간 머물며 명상과 은둔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 있었다. 마치 히말라야에 숨어 휴가를 보내는 것 같았다."(존 레넌)
"모두 함께 일어나 다 같이 아침식사를 했다. 그 뒤에는 각자 방에 들어가 명상을 한 뒤 점심을 먹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은 음악회를 즐겼다. 마하리시의 강의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먹고 자고 명상하는 게 다였다."(폴 매카트니)
리시케시에서 생활한 두 달 동안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노래들을 작곡했다고 한다. 후에 비틀스는 그들이 따르던 스승과 사이가 틀어져 이곳을 떠나버리지만, 비틀스가 그랬듯이 여전히 이곳 리시케시에서 은둔하며 생활하는 히피 여행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감미로운 채식
인도의 사막 지대에 위치한 성스러운 도시인 ‘푸시카르’와 더불어 육식과 음주를 금기시하는 리시케시는 온화한 힘이 흐른다. 마을 전체가 채식을 하는 마을이라니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 나는 리시케시에 도착하자마자 항상 가는 카페가 있는데, 바로 락슈만 줄라 다리 앞에 위치한 '저먼 베이커리'이다. 일하는 소년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우선 콩이 가득 들어 있는 토마토 수프에 투박한 갈색 빵을 적셔 먹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져 있는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아 드디어 또 이곳에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느낀다. 그렇게 첫 식사를 마치고는 어슬렁거리며 다른 카페를 돌아다니며 감미로운 채식을 맛보았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을 위해서 한국 식당뿐 아니라 일본, 중국, 이스라엘, 물론 이탈리아 음식까지 맛볼 수 있으며 일반 서민들이 먹는 인도 채식 정식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다채로운 채식 음식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아마 세상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리시케시에서 배울 수 있는 요가 수업들
뭐니 뭐니 해도 리시케시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종류의 요가와 명상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인데, 요가의 기본인 하타요가로 시작해서, 호흡과 동작의 조화를 이루는 아쉬탕가 요가와 요가의 정렬을 중시하는 아엥가 요가 등 수준 있는 수업을 마음껏 골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매해 3월에 열리는 국제 요가 페스티벌은 리시케시를 국제적으로 더욱 유명하게 하여 많은 여행자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그 후로도 나는 꽤 오랫동안 영혼의 휴식이 필요할 때면 이곳으로 되돌아왔다. 쉼 없는 삶을 살다 보면 가끔은 조금 익숙한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며 그냥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만일 누구에게나 그런 장소가 하나쯤 정해져 있다면 인생을 살면서 더할 나위 없는 큰 위로가 될 것이다.그리고 그런 장소가 나에게는 인도의 리시케시이다.
*이 글은 여행여락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