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요가 일기

인도 리시케시 요가 이야기

인도에서 요가하기

by Mango

드디어 가을이 되어 인도의 북부에 위치한 요가의 성지라고 불리는 리시케시로 들어와 요가 자격증 코스 ( YOGA TEACHER TRAINING COURSE / 줄여서 TTC )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도록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


갠지스강이 흐르는 리시케시


인도 리시케시에서 요가를 처음 배웠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5년 전이었다. 리시케시에서 한동안 머물며 요가 수련을 하던 중에 우연히 때가 맞아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요가를 운동이라 생각하고 수업에 들어갔었던 때라서 몸에 잔뜩 힘을 주고 미간을 찌푸린 채 수업을 따라가기에 바쁜 힘든 시간이었다. 함께 했던 다른 학생들처럼 요가에 대한 열정도 없었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요가 아사나/ 요가 이론/ 명상 수업에 숨이 막혔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요가 동작을 따라가기도 힘이 들었고 무엇보다 가부좌 자세로 명상을 하는 시간에 자꾸 날아오는 모기 소리와 연이어 일어나는 딴생각이 당장 이 코스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했다. 아마도 정신을 바짝 차린 요가 수행자로서 요가 수업에 임한 것이 아니라 자칭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행자라 생각하며 놀 궁리만 하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요가를 갓 배운 요가 초보자였고, 마침 함께 요가를 배우고 있던 친구들이 코스를 듣는다고 해서 갑자기 친구들을 따라 요가 코스에 합류하게 되었다. 요가 자격증 코스는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이미 수업 첫날에 뼈저리게 느꼈다.


나와 함께 수업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 여행을 오래 한 히피 기질이 아주 충분한, 긴 머리에 탄탄한 몸을 지닌 일본 여행자, 클럽 디제이를 하며 마약에도 손을 댔던, 지금은 아이들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영국 여자애와 스위스에서 이미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중년의 아름다운 여성분 등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 몇몇 친구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하며 수업을 받았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의 요가 자격증 코스를 그럭저럭 마치기는 했지만, 그 이후 내 요가 자격증은 장롱에 넣어두는 이른바 '장롱 자격증'이 된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인도의 리시케시로 돌아와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를 밟고 있다. 사람은 다 때가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열심히 앞자리에 앉아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생기는 유연성과 여유로움이 수업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내게 한다. 때로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안도감이 느껴지는 걸 보면 요즘 다른 어느 때 보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느린 걸음의 산책


산책을 할 때도 빠른 걸음으로 신나게 걷던 평소와는 다르게 걸음을 천천히 한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길가에 서 있는 소의 큰 눈을 마주하며 ' 할로' 하고 인사를 한다. 길에 누워서 졸고 있는 개들에게는 '뽁뽁' 소리를 내며 장난을 치며 깨운다. 그리고는 개구쟁이처럼 몰래 도망을 간다.


올여름에 인도로 들어가서 일을 하다가, 9월 중순에 집을 이태원으로 옮기느라 한국에 잠시 다녀오고 난 후 나는 인도의 리시케시로 곧장 들어왔다. 여름에 찾아갔을 때는 한창 공사 중이었던, 골목 안에 있는 초록빛 숙소의 내가 미리 예약해 둔 방은 다행히도 완성되어 있었다. 가을맞이 단장을 늦게 하였는지 아직 일층과 위층의 방들은 공사 중이지만 내 방이 있는 2층은 조용하고 새로 페인트 칠이 되어 깨끗하고 이쁘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숙소 주인은 벽 양쪽에 창이 나 있는 숙소에서 가장 좋은 방을 주었고 아직도 페인트 칠을 하고 있는 숙소에는 투숙객이 아무도 없어 조용했다.


요가 수업이 시작되는 다음날, 나는 들뜬 마음으로 스와스티 요가 센터로 가서 대기 중인 다른 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이 요가센터를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 바로 요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인 '수렌다 싱' 때문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리시케시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고 여전히 인도 전통 하타요가 수업을 고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요가 센터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선생님의 요가 철학과 자신을 내려놓는 겸손함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리시케시를 오가며 틈틈이 이 선생님의 요가 수업을 듣다가 언젠가는 이곳에서 요가를 더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디어 실현되었다.


수업 첫날의 기도 의식

저는 10월 한 달 동안 즐겁게 수업에 임할 생각입니다.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때때로 힘이 들지만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이 글은 2019년 10월에 참여한 인도 리시케시 요가 자격증 코스를 밟으며 썼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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