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 Talk] 205호 인터뷰
안녕하세요 205호님!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영화 포스트 프로덕션 회사에 다니고있는 사회초년생이에요. 영화를 찍고 난 다음에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 보기 전 과정. 찍고 난 이후, 보기 전까지의 과정을 총 관리하고, 거기서 나오는 영상데이터들을 관리하고 색 보정도하고 마스터링도 하는 일을 하는 곳이에요, 아직 낯선 서울이 재미있는 타지생활러이기도 해요.
흥미로운데요, 타지생활러라면 고향이 어디세요? 어투에서는 캐치가 안돼요.
부산에서 왔죠. 영화의 도시 부산. 지역적인 영향을 저는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사투리는 학교 다니면서 많이 사라졌어요. 학교는 또 다른 동네에서 다녔거든요. 삶의 영역을 넓히는 게 취미여서 그런지 전국을 땅따먹기하고 있네요.
영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오래된 꿈이였다기보다는 이성적으로 고민한 뒤 결정했어요. 고등학교 때 뭘 해야할지 몰라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합리적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을 보게 됐어요.
우선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써놓고 그 두 가지 지점을 연결시켜가면서 중심점이 되는 직업을 찾아보는 거였어요. 제가 좋아하는게 주로 영화, 드라마같은 영상 컨텐츠였고, 잘하는 것은 글쓰기와 리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오, 내가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 쪽이 맞나?'하는 생각에 닿았죠. 그런 접근을 바탕으로 공부를 시작했던 게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업계에 남게 된 거에요.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 일이 재밌고 또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입사한지 얼마 안됐고 현장에 나온지 얼마 안 되서 하루하루가 모험같고 도전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즐거워요.
요즘 회사에서는 그럼 어떤 일을 하세요?
막내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고있는 모든 일에 어시스턴트일을 하고 있어요. 데이터 관리, 색보정 어시스턴트, 자잘자잘한 DI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뷰티 CG등의 일을 하면서 배우고 있죠.
영화와 글을 좋아하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컴퓨터 툴로 작업하는 데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이제는 익숙해지고 이해도도 높아지면서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디지털 워커시군요?
맞아요, 책과 영화가 일종의 해방구였죠. 입시 준비하기 전까지는 타자도 느렸고 컴퓨터 게임도 한 번 해본적이 없었을 정도로 디지털 기기에 호기심이 전혀 없었어요.
야자 시간에도 소설책을 읽으면서 선생님한테는 영화과 갈거라서 보는 거예요. 하고 핑계를 댔죠. 돌이켜보면 그 순간과 그 때 읽었던 책들이 모두 재밌었고, 인생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그런 책들이 됐어요.
요즘도 그렇게 그럼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요즘은 레고 맞추기에 빠졌어요. 모호한 것보다 정답이 정해진 것을 하는 게 좋을 때가 있더라구요. 매뉴얼이 시키는대로 했을 때 얻어내는 명확한 성취를 달성하는 것!
저는 회사 생활이 처음이다보니 정답을 모르고 하거나 오래 생각해서 해야하는 때도 많아요. 업무 특성상 한 가지 A를 넣으면 정답 B가 나오는게 아니라, 이 방법도 답안도 작업자의 선택인거고, 저 선택도 답안도 작업자 분들이 갖고있는 스타일들이라 이해해 가면서 해야하는데 아직 경험치가 모자라거든요.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레고할 때 재밌어요. 깊은 생각없이 하니까요. 그게 또 매력이죠. 최근에 맞춘건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나온 엘프 하우스 레고인데 불도 반짝반짝 들어오고 너무 예쁘더라구요.
레고가 많은 위로가 된 것 같네요. 역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취미가 있으신가요?
한도 끝도 없이 말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어쩌다 클래식을 듣게 되었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거에요. 백건우 선생님의 섬마을 콘서트 영상 베토벤 비창을 딱 들었는데, 그 순간 그 영상이 너무 평온했어요.
어쩌다가 클래식 음악을 우연히 들어도 와닿아 본 적이 없었는데, 이거는 감동이더라구요. 영상 안에서 뒤편에 바다가 나오고 앞에 관객들이 다 할머니 할아버지에요. 그 무대를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잠깐 잠깐 잡히는데 마음에 위로가 되더라구요. 본가에 방치된 피아노가 있는데 언젠가 직접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른 거는요? 뭔가 또 있을 것 같은데요?
팟캐스트도 해보고싶어요. '미술뒷담' 이라는 팟캐스트가 있었어요. 미술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컨텐츠가 있었거든요. 컨셉을 차용해서 영화계에 대해서 신랄하게 얘기하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영상이 어떤 노고를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제작의 뒷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어요.
유화도 정말 배우고 싶었어요. 이건 제 로망 중에 하나라서, 언젠간 꼭 한 번은 배워서 그려볼거에요. '미술뒷담'에서 미대생은 어디가서 물감을 사고, 어떻게 틀을 짜고 어떤 캔버스를 사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흥미가 생겼어요.
하고 싶은게 많네요. 그래서 언젠가 이런 것들을 다 해볼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안정감을 찾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많이 느꼈어요.
사람들이 환하게 반겨주잖아요.
경제적, 사회적 안정감이라. 지금은 어때요? 조금 안정감을 느끼고있나요?
입사한 지 4개월 되니 회사에 적응이 되고 스스로가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맹그로브에 들어와서 소속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많이 느꼈어요. 사람들이 되게 반겨주잖아요.
사무실에 있으면 하루종일 한 마디 말도 안하고 집에 올 때도 있는데, 누군가의 소리가 들리고, 출근할 때 누군가 밥을 먹고 있을 때가 있고, 안녕하세요, 다녀오겠습니다. 같은 인사말 정도라도 감사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심리적 안정감은 되게 빠르게 느낀 것 같아요.
경제적인 건 50%? 항상 만족할 수는 없겠죠. 프리랜서처럼 일하는 곳이라 월급 날짜가 하루 이틀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밀린 적도 없고 안정적으로 일도 계속 들어오고 회사도 커지고 있어서 희망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예전보다는 너무 개의치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혹시 스스로 자신이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이 있으신가요?
질문 듣고 소름 돋았어요. 학생 때 연출한 마지막 영화의 '영감'의 주제가 스스로 연상되는 동물이었거든요. 저 나무늘보예요.
전주영화제에서 본 <Hanging with the sloth>라는 단편이 있는데 나무늘보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신만의 속도로 자기가 최대한 안힘들게, 몸에 힘을 축 늘어트리면서 천천히 조금씩 옮겨가는걸 보고 있자니 너무 사랑스러운거에요. 저도 저만의 스피드로 정확히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 되게 사랑스럽구나하고 생각을 해서 그런 스토리로 글을 쓴 적도 있었죠.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면, 저는 자기만의 스피드로 정확히 나아가는 나무늘보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나무늘보님은 맹그로브에는 어쩌다가 들어오게 되셨어요?
갑자기 집을 구해야하는 상황이였는데 집이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것을 오랜 자취생활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있었죠. 그래서 부동산 앱이랑 여기저기 다 뒤져보다가, 무과수님을 통해 맹그로브를 발견하게 된거에요. 여기서 살아보면 어떨까? 내 삶에 더 집중하고 예상하지 못한 다른 기회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특장점은 생활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집을 유지하는 관심과 노력과 시간을 모두 내 안으로, 내 에너지를 다른 방향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쏟을 수 있었다 생각했죠. 되게 급하게 그래서 결정을 하게 됐죠. 딱 보자마자... "가야겠다!"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집을 유지하는 관심과 노력과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쏟을 수 있었다 생각했죠.
지금까지의 삶은 어떠세요? 정말 그 에너지들을 다른 곳에 잘 쓰고 계신가요?
맹그로브에서 컨셉진이라는 잡지를 한 권 선물을 받았고, 그 때 알게되어 컨셉진에서 진행하는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등록을 해서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다 쓰고나면 출판도 해준다고 하더라구요. 마음 속으로 출판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또 작은 목표는 일단 글부터 완성하자. 일기나 그냥 글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나라도 완성해보자는 목표를 두고 100일 글쓰기를 해보고있어요.
어떤 주제인지 물어봐도되나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지 정해진 뒤 담아내야 이야기에 힘이 실리는 것 같아서요, 중편 소설의 형식을 빌려 어떤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고있어요.
소설에 대한 자극은 사촌언니를 통해서인데, 언니가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을 통해 출판을 했어요, 방탈출회사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요. 일을 병행하면서 이렇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푸는 방법도 있구나 깨달았어요.
자기 것을 나누는데 거리낌이 없는 심적인 여유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맹그로브에는 저한테 그런 좋은 자극을 주는 입주민들이 많아요.
입주한지 반 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언니처럼 영감을 주는 사람들은 좀 많이 만나셨나요?
많이 만났죠. 되게 좋았어요. 종종 블로그도 하는데, 402호님이 해주신 비프 부르기뇽 얘기도 썼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자기 것을 나누는 게 쉽지 않은데 맹그로브 사람들은 자기 것을 나누는데 거리낌이 없는 심적인 여유가 부럽고 멋지다고 생각한다고요. 맹그로브에는 저한테 그런 좋은 자극을 주는 입주민들이 많아요.
503호님한테는 제가 감사한 일이 하나 있었어요, 쉬는 날이었는데 오후에 느즈막히 편한 옷차림으로 키친에 내려갔었는데 갑자기 말을 거시더니 "오늘 날씨가 되게 좋아요, 이런 날씨 요즘 자주 없으니까 숭인 근린공원에 한 번 나가보세요"하고 말해주셨어요. 그 날 유달리 갑자기 가을 날씨로 휙 바뀐 날이었어요.
그래서 '씻고 그냥 한 번 나가볼까?' 하고 가봤는데, 정말 너무 힐링이 되는거에요. 산책하기도 좋고 뷰도 너무 좋고. 정자들이나 나무나 고양이들이 너무 귀엽거든요. 같이 사는 사람의 제안으로 그런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한거에요. 저를 거기로 갈 수 있게 이끈 그 한 마디가 되게 감사했어요. 만나면 감사하다고 할려고했는데, 잘 못 뵙게 되네요.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그런지.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른 입주민 분들 만나면 주로 뭐하세요?
같이 넷플릭스? 203호님이랑 신서유기, 씽어게인 같이 보고 맥주도 같이 마시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요즘 어떻게 사는지 근황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타로도 봐요.
그럼 주로 라운지층에 계시겠네요?
1층에도 가끔 있지만 주로 제자리는 TV 앞 소파입니다. 푹하고 앉아있죠. 요리도 사실... 라면정도는 가끔 끓여먹기는 하지만, 저는 프로 배달러라서, TV 앞이면 족합니다. 입구에서 받아와서 라운지 소파에서 먹으면 행복해요. 어플은 역시 배민입니다. 저는 귀한분(VIP)이죠.
쉬는 날 낮에 그 절벽 뷰를 보면 행복해져요.
방에 누워서 파란 하늘과 절벽을 바라보면 정말 평화로워요.
맹그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침대가 제일 좋아요. 방콕이 좋아서 그렇다는건 아니고, 침대 위가 뷰가 예술이거든요. 제 절벽뷰 창문 사진이 특히 제 인스타에 되게 많은데. 쉬는 날 낮에 그 절벽뷰를 보면 되게 행복해져요. 그리고 매일 같이 맞은 편에 있는 '우성사'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데, 그 수증기가 올라오면 앞에 빨간 벽돌집에 그림자가 져요, 그 풍경과 절벽 뷰와 파란 하늘을 누워서 바라보면 정말 평화로워요.
가을에는 루프탑에도 자주 갔었어요. 책상이 있어서 글을 쓰거나 업무보거나 혼자서 책도 자주 읽었었어요. 절벽 쪽에 파란 주택에 보면 은색 말동상이 있어요. 앉아있으면 보이거든요. 쟤는 뭘까? 바라보면서 멍때리기가 좋아요.
동네는 어때요? 동묘라는 동네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이 동네가 되게 좋아요. 이곳은 주위에 제가 필요한 건 다있어요. 이사를 간다고 하면 이런 느낌의 동네를 또 다시 찾아볼 것 같아요. 서울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합정같은 곳은 완전 번화가 느낌이 강해서 되게 외로울 것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가끔 문 열면 여기 애기들이 많이 살다보니 신혼부부들이 가끔 애기들 붕 띄워주는 것을 하는 걸 볼 때도 있고. 할머니들이 유치원 데려다주는 풍경도 종종 봐요. 그런 풍경이 뭔가 이 동네를 덜 삭막하게 느껴지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서촌도 504호님이랑 가봤었는데 걸어서도 가볼만했었고, 강북 안에서 놀러다니기 좋은 것 같아요.
맹그로브는 지금 저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에요.
맹그로브는 205호님에게 어떤 집인가요?
우선 저는 1년 재계약했어요. 지금은 가장 최선의 선택인 것 같고. 다양한 사람들한테 조언도 많이 듣고 또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서울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집인 것 같아요. 여기 살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기 좋은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그럼 205호님은 맹그로브에서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 같아요?
일단 계약직에서 정규직이되고 월급이 오르고. 이야기를 한 편 완성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고. 그게 또 다른 기회로 저에게 다가오면 또 다른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의 저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좀 갖춘 다음에 거기에 좀 최적화된 다른 집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서울에 처음 왔고, 여기서 어떤 동선으로 사는 지를 확인하는 상태니까요.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친구를 만나고 회사에서 이 동네는 얼마나 걸리고. 회사와 이 동네 사이에는 어떤 놀거리가 있고, 어느 동네를 내가 좋아하고 이런 데이터들이 쌓이면서, 이런 동네를 내가 좋아하고, 이런 것들을 내가 좋아하게될 것 같다하는 그런 지역에 대한 경험치들이 쌓일 것 같아요.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삶의 궤적으로도 그리고 서울살이에 대한 경험치로도 성숙해지기를 기대합니다.
맹그로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나도 여기서 살아볼 수 있을까? → 입주 대기 상담
글 김기태
사진 엄종헌, 김기태, 2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