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 Talk] 404호 인터뷰
다양한 나이대, 직업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고 삶의 원동력이 생겨요. 저에게 편안함과 영감을 줘요. 여기 살게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에요. 제 이름이 아름답다는 뜻과 진실하다는 뜻을 담고 있어서 '아름답고 진실하고 살자'는 생각을 갖고 살고있어요. 아름답게 산다는 건, 아름다운 사람들 사이에서의 공감이라고 생각하고, 진실하다는 것은 각자 생각하는 진리를 존중하고 살아가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그 모토대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공감, 그리고 다양한 진리의 존중이라는 키워드들이 눈에 띄네요. 이게 핵심인가요?
네. 사람들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다 다르잖아요. 이유를 들어보면 각자 마다의 진리와 논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다원주의를 믿어요.
좋아하는 책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 책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인데요. 이 책을 추천한 분이 제 인생 선생님으로 부를만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같이 동아리를 했었는데, 동아리 내에 갈등이 일어나면 나서서 조정해주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고있는 사람이었어요.
그 분과 깊은 대화를 많이 했는데 소설같이 신기한 삶을 사셨더라구요. 남들이 쉽게 하지않는 험한 일들도 해보시고, 힘든 순간도 많이 겪으셨고, 법과 도덕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살던 순간도 있으셨더라구요. 한 사람의 삶이 재밌고 다채로울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내 인생이 뭔가 맞는 방향을 가고있을까? 하는 시점에 선물받았어요.
책에 4명의 주인공이 나오는거든요. 개인적인 각자의 사생활, 사회적인 성취감을 x축과 y축으로 뒀을 때 이 4명이 모두 겹치지않는 4분면에있고 서로 겹치지않는 삶을 살아가요.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있고, 누구의 삶은 멋있고 누구는 멋있지 않고 하는 것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되게 흥미로운 인생을 보여줬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서 어떻게 살아야겠다 하는 강박을 버렸던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살고싶은 인생을 키워드를 꼽는다면요?
좋아하는 교양 수업에서 '체험의 마찰을 높이고 즐기는 인생을 살라'는 말을 들었어요.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체험의 마찰을 얼마나 겪냐에 따라서 속도가 다르게 흘러간다고요. 체험의 마찰을 높여야 밀도가 올라가고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거죠. 제가 삶을 보는 태도도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하는 편이라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제 의지로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게 목표예요. 스스로 유념하려고 만든 인생 10계명이 있는데 보면서 환기도 하고, 이것들이 적절한 건지도 계속 고민해보고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애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것에 도전하고 있으신가요?
'스타트업 소셜 이노베이션'이라는 교양을 수강하면서 사회적 임팩트를 실현하는 기업들에 관심이 생겼어요. 사회적 임팩트를 실현하는 기업들에 인턴을 지원해보려고요. 다양한 사람들과 낯선 환경에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생회와 관련한 고민이 있어서 502호님께 많이 얘기했었는데, 502호님이 단체 생활을 할 때 좋은 상사도있고, 좋은 직원들도 많다고. '공동체가 안 맞아서 그런거지 단체 생활이 안맞는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조언해줬어요.
404호님은 스스로 자기 자신이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이 있으신가요?
동물이나 사물보다는 좋아하는 단어가 있어요. 스페인어에 'Amable'라는 단어가 인데요. 뜻이 '친절한, 따듯한'이라는 의미라 어감도 좋고 뜻도 좋아서 저만의 의미를 좀 더 부여했어요. '아마블레'를 '아마부애(我㦄孚皧)'로 바꿔서, 의미를 붙여봤어요. 나 아(我), 수수께끼 마(㦄), 미쁠 부(孚), 맑을 애(皧)로요.
이렇게 뜻을 붙여서 인생 모토로 삼자고 생각을 했어요. 아(我)는 내 인생이니까 나대로 살자, 마(㦄)는 인생에 대한 수수께기를 풀어가면서 살자, 부(孚)는 믿음직하게 살자, 애(皧)는 맑게 어린애처럼 살자. 로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사자성어라 더욱 특별한 단어가 되었어요. 저는 희망, 비전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살면 일상이 종종 무기력해지더라구요.
유시민 작가님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엄청 좋아해요. 거기서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게 가장 중요하고 일과 사랑, 놀이와 연대를 자기 마음대로 조합시켜서 살자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것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서 위젯으로 설정해서 매일 보고 실천하려고 해요.
맹그로브에는 어떻게 살게 되셨어요?
1년 반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학교랑 어느정도 거리가 있고 월세가 합리적인 곳을 찾다가 발견했어요. 기숙사가 학교랑 가까운 것도 좋았지만 저는 거리를 좀 두고싶었던 것 같아요. 7월 초 이사를 했어야 했는데 마침 맹그로브 입주 시기랑 맞더라구요.
공부할 때 카페를 자주 가는데 집 1층에 카페가 있고, 음료도 10잔씩 주는 게 좋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카페가 가장 주요한 결정 요인이였던 것 같아요. 카페에서 공부와 공부와 공부를 하기위해서 들어온거죠.
카페가 주요 결정 요인이였다고 하셨는데, 잘 사용하고 계신가요??
네! 수업은 방에서 듣는데, 카페는 음악도 나오고 사람들도 업무를 하고 있으니까 덩달아 속도가 빨라져서 일에 능률이 오르더라구요. 그래서 혼자서 공부할 때는 카페에 내려와서 합니다. 요즘은 시험기간이여서 수업과 수업사이에도 오고 그러는데, 평소에는 수업이 다 끝나고 오는 것 같아요. 저녁 식사 전후나 밤 시간에 와서 공부를 종종 했어요. 특히 중앙에 커다란 검정 책상을 좋아해요.
입주한 지 반 년 가까이 되어가시는데 입주 멤버들과는 어떻게 지내세요?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죠. 각자의 일상 얘기도하고 밥도 먹을만큼 편해졌어요. 아무래도 누군가랑 같이 안살았으면, 계속 혼자서 집콕만 하고 사람들을 아예 안만났을 것 같은데, 함께 사는 곳에 입주하게되어서 외향성이 다시 회복되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MBTI 신봉자인데, 원래 항상 E(외향형)였다가 올해 초에 I(내향형)로 바뀌었거든요. 다시 테스트해보면 E가 나오게 되지 않을까. 주로 1층에서 공부하고 있다보니 203호, 402호, 504호, 602호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그리고 305호님도 요즘 시험 준비로 자주 뵙는 것 같아요.
주로 만나면 어떤 얘기들을 하세요?
두서없이 다양한 얘기들을 많이 해요. 가끔 씩 무거운 얘기도 있는데, 대부분 가볍고 편안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듣고만 있어도 재밌어요. 각자 직업들이 다르고, 목표하는 것도 다르고 성향도 다 다르다보니, 그냥 그 대화속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주도적으로 얘기하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거를 좋아해서. 옆에서 입주민들끼리 대화하는 것들을 듣고 혼자서 웃고있을 때도 있고 그래요. 그리고 특히 203호님이 너무 유쾌하셔서 (웃음) 제가 늘 빵터지고 있습니다.
맹그로브에 기억남는 장면 하나를 꼽기는 어렵고, 하나의 서사로서 늘 좋아요. 기숙사에서 살던 때보다 더 집 같고, 학생으로서 살기에 불편함이 없어요.
맹그로브에서 기억남는 장면, 사건이 있으셨나요?
전반적으로 맹그로브 생활에 만족을 하고있어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 순간을 따로 막 생각을 하고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뭔가 장면은 아니고 하나의 서사인거죠. 늘 좋아요. 이 곳에서 있는게 저한테는 되게 집 같긴해요. 기숙사는 2인 1실 이여서, 룸메랑 같이 생활을 했고, 방에 냉장고도 없었고, 취식도 안되서 힘든게 많았는데, 맹그로브에서는 방에서는 혼자서 지내고, 공용주방은 시설이 좋아서 요리를 잘 해먹기 좋고. 공부하기도 되게 좋은 카페 공간이 있어서, 학생으로서는 불편함 없이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맹그로브에 이사와서 짐이 늘었어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고요. 당근마켓도 활용하고, 책도 중고서점에 팔면서 조금씩 비워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짐이 줄어든 것 같아요.
404호면 테라스가 있는 방인 것 같은데 테라스는 어때요?
가을에는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거기서 음식도 먹고 맥주도 먹고 야경도 너무 예뻐서 야경이랑 같이 분위기 있는 식사를 했었는데, 여름에는 밖에 나가면 모기에 물리고,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테라스가 있다는 건 좋은거 같아요.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부담없구요.
맹그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릴랙스룸에서 명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이용했었는데, 요즘은 잠이 더 중요해서 잘 못가고있어요. 이제는 카페를 더 자주 이용하고 있죠. 카페에 나오면 흘러나오는 노래도 좋고, 자유롭게 제 작업도 할 수있고 사람들이랑 대화도 할 수 있다보니까 다 좋은 것 같아요. 제 일도 하고, 일 하다가 대화도 하고 할 수 있으니까요.
동네는 어때요? 동묘라는 동네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집 뒤에 숭인공원이 엄청 좋더라구요. 아침 잠만 줄일 수 있다면 아침 산책으로 매일 가보고 싶을 정도에요. 동대문 쪽으로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서울 명소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사는 동네로서의 숭인동은 공기가 맑고, 홈플러스도 가깝고, 동네에 사람도 많지 않아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교통도 편리한 편이에요. 저는 학교랑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맹그로브는 404호님에게 어떤 집인가요?
영감을 주는 집이요. 카페에서 공부하고 책읽으면서 텍스트에서 영감을 받고, 다양한 나이대, 직업의 멤버들과의 대화에서도 영감을 받거든요, 삶에 원동력을 더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요. 방의 크기도 아늑한 편이여서, 되게 편안함과 영감을 줘요. 그래서 20대 초반에 여기 살게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소소하게 대화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고 카페도 자유롭게 쓸수 있단는 점이 좋아서 입주 계약을 6개월 더 연장을 했어요.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그럼 404호님은 맹그로브에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시나요?
무기력을 덜어내고 싶어요. 제가 그리는 모습들이 많은데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되게 힘들어하거든요. 맹그로브에서 그런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겨서 나가게될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삶의 모습대로 살기위해서 겪어야하는 스트레스들을 더 잘 견딜 수 있게되고, 그런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지는 제가 되길 바랍니다.
맹그로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나도 여기서 살아볼 수 있을까? → 입주 대기 상담
글 김기태
사진 엄종헌, 최모레, 404호